새해연휴

나의 휴일은 누군가의 평일.

by 김태민

평소 같으면 삼림욕장을 찾는 등산객으로 붐비던 주말 아침이 조용하다. 동네 음식점과 가게는 모두‘연휴는 쉽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이틀간의 짧은 휴식에 들어갔다. 지하철역도 역시나 한산했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꽉 찼을 지하철 객실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오랜만에 공휴일다운 공휴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토요일도 일요일도 쉬는 날이라고 봐야하는데 평소에는 이런 휴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연휴 그것도 금요일과 주말이 붙어있는 샌드위치 연휴라야 도시의 한산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주말에서 멀찍이 떨어진 평일의 공휴일은 길게 낮잠 한 번 자고나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낮잠보다 긴 아쉬움만 남는다.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은 매주 찾아오지만 제대로 맘 편히 쉴 수 있는 날은 1년에 과연 며칠이나 될까. 그리고 내가 집에서 푹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평일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의 공휴일은 다른 누군가의 평일인 것이다. 그만큼 주말이나 공휴일을 반납해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처럼 여유를 즐기며 외식을 하고 찜해두었던 예쁜 옷을 사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일. 나의 달콤한 휴일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일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준 하루와도 같다.

‘주말이랑 공휴일에도 일하는 게 근무조건인데 뭘 그러냐. 그리고 쉬는 날 일하면 수당도 나올 텐데.’라는 말로 공휴일을 평일처럼 사는 사람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말을 해선 안 된다. 어떤 이유든 간에 내가 편하게 보낼 수 있는 하루는 그들의 수고로 인한 것이다. 합당한 값을 치르고 구매하는 것은 물건과 서비스 일뿐 공휴일에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는 별개의 것이다.

주말을 끼고 있는 샌드위치 연휴는 그동안 정신없이 돌던 거대한 삶의 쳇바퀴를 조금 느리게 만든다. 조금 느리게 회전하는 쳇바퀴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며 무엇을 해도 결국 아쉬움이 남는 연휴를 보낸다. 느려진 쳇바퀴의 속도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할 사람들은 평일과 다를 바 없는 연휴를 살면서 평일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이 느끼는 고단함과 피로감은 특별수당이라는 보상만으로는 위로할 수 없는 것이다.

연휴에도 내가 이렇게 나와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수고 덕분이다. 내가 그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당연함 대신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편리함은 금세 익숙해져 소중함은 사라지고 당연함만이 남지만 당연하게 취급받아야할 수고와 노고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새해연휴에도 변함없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감사하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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