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의 별

by 김태민

우리 집에는 옥상이 있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은 사람이 사는 데 불편한 점이 정말 많지만 좋은 점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이 옥상이다. 날이 맑은 밤이면 올라가서 별을 구경한다. 장마가 물러간 여름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보면 제법 많은 별을 구경할 수 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옥상은 별을 보기 좋은 곳이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틀어놓고 별을 찾는다. 밤하늘 저편의 가장 어두운 곳을 가만히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 천천히 암순응을 거쳐 까만 어둠 속에 숨어있던 별을 발견하게 된다. 편안하게 누워서 별을 관찰하는 시간만큼 평화로운 순간은 없다.


옥상에서 보든 사람 없는 교외로 나가서 보든 별은 바라보는 사람의 내면에 평화를 안겨준다. 가장 빨리 행복해지는 방법은 하늘의 별을 구경하는 것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고개를 들고 별을 올려다보면 방금 전까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몇 광년의 시간을 건너 지구에 도달한 별빛은 우주의 신비를 품고 있다. 빛이 쉼 없이 달려도 꼬박 몇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리는 곳. 아득하게 먼 곳에서 빛을 뿜어내는 별을 볼 때마다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나를 괴롭혔던 불안과 고통이 얼마나 하찮고 초라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마다 옥상으로 올라와서 별을 구경했다. 좋은 책이나 멋진 말로도 위로받을 수 없을 때 별은 유일한 치료제나 마찬가지였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근심과 걱정 그리고 불안이 그림자처럼 들러붙는다. 잘 나가는 사람을 시기하기도 하고 잘 풀리는 주변 사람을 질투하기도 한다. 사랑하고 아끼고 베풀면서 사는 시간은 인생을 통틀어 얼마 되지 않는다. 우주의 먼지나 다름없는 지구에 살면서 미워하고 탓하는데 인간은 삶을 낭비한다. 별을 바라볼 때마다 짧은 인생을 허투루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좋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매번 자신과 약속했다. 좋은 삶이란 사회적인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잘 사는 좋은 방법은 더 많이 사랑하는 것뿐이다. 미워하고 후회하는데 쓰는 시간보다 사랑하는데 쓰는 시간을 늘리는 것. 이보다 더 좋은 삶도 없고 이보다 더 나은 인생 역시 없다.


인간은 30년 넘는 시간을 잠을 자는데 쓴다. 그리고 7년은 변기 위에서 배변활동을 하는데 쓴다. 그렇다면 사랑과 마음을 표현하는데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삶을 아무리 늘려도 인생은 끝이 정해져 있다. 이루고 성취하는 것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살고 싶다. 고민하고 불안해하면서 이 순간을 낭비하지 말자. 후회하고 아쉬워하면서 사랑할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더 나은 미래를 향해서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나란히 걷는 삶을 살자. 서로를 비추면서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내는 별처럼 살자고 다짐한다. 편안한 자세로 옥상에 누워 바라보는 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 사람과 세상은 변하지만 별은 늘 그대로다. 그래서 별을 볼 때마다 사랑하며 살자는 초심을 매번 새롭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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