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by 김태민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름의 중순에 찾아온 태풍은 70년 만에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해서 지나간다고 한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뉴스로 확인했다. 이미 남부지방에서는 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바깥으로 보이는 공원 산책로와 놀이터가 텅 비었다. 비가 내려도 우산을 들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오늘은 예외다. 밤이 되면 태풍은 서울과 경기도를 관통할 것이다. 많은 비를 뿌리면서 강한 돌풍까지 몰고 온 카눈은 천천히 한반도를 집어삼키고 있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창문을 때리는 소음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 살짝 열어봤더니 공원의 나무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뼘도 채 안 되는 창틈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태풍이 영향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다. 세찬 비는 직선을 그리다 이제 무수히 많은 대각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사라지고 잿빛 구름만 온 하늘을 가득 채운 상태다. 비 내리는 전경을 뒤로하고 낯선 곳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아주 먼 곳에 펼쳐져있는 푸른 바다. 북태평양 남서부의 드넓은 대양을 상상한다. 뜨거운 열기와 넘치는 습기를 품고 있는 북태평양은 태풍의 고향이다. 우리나라를 거쳐간 모든 태풍은 전부 다 그 바다에서 태어났다.


바다의 높은 수온과 뜨거운 햇볕은 태풍의 씨앗이 된다. 수면 위의 더운 공기는 폭우를 쏟아내는 비구름을 만들고 먼바다의 저기압은 구름을 품고 천천히 이동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풍랑과 해일을 몰고 다니는 거대한 바람이 된다. 바다를 움직이고 태양을 가릴 만큼 강력한 비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직진을 거듭하다 보면 태풍은 늘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도달한다. 하늘과 바닷길을 묶고 온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나서 태풍은 사라진다. 남아있는 잔비를 흩뿌리면서 해상으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태풍이 사라져도 며칠간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 피해 입은 지역을 복구하는 동안에도 비는 쉬지 않고 내린다. 자연 앞에 인간은 여전히 무력하다. 예측하고 대비한다고 해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꼼짝없이 집안에서 비바람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나 역시 무력한 존재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겸손해진다. 그리고 간절해진다. 가족과 지인들이 무탈하기를 바란다. 안부 전화를 돌리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연락을 주고받는다. 위기 앞에서 인간은 늘 인간성을 발휘한다. 아무 일 없이 모두가 무사하길 바란다. 조용히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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