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by 김태민

공원 근처에 있던 던킨도너츠가 사라졌다. 가끔 도넛을 사러 들렀던 곳이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도넛을 좋아하지만 막상 1년에 몇 번 먹지도 않는다. 사실 맛있어서 도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맛보다 도넛의 색감과 모양을 좋아한다. 무지개를 잘게 부순 것처럼 예쁜 스프링클이 올라간 도넛은 그림처럼 예쁘다. 딸기나 바나나 맛의 필링이 들어가 있는 도넛은 눈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 있다. 초콜릿에 퐁당 빠졌다가 나온 도넛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달달하다. 수영 대신 반신욕을 마치고 견과류를 몸에 바른 도넛도 달콤하기는 매한가지다.


도넛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피사체다. 던킨도넛이나 크리스피크림 그리고 노티드도넛까지. 도넛을 파는 곳이면 어디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맛은 혀로 느끼지만 즐거움은 뇌가 판단한다. 음식이 갖는 분위기와 이미지는 먹기도 전에 이미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음식은 입과 눈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즐 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취향은 맛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색감과 빛깔 그리고 형태까지 취향에 영향을 준다. 혀보다 눈이 더 좋아하는 음식도 있다. 그래서 도넛은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즐겁다.


도넛은 행복의 상징이다. 일단 단맛은 만국공용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달콤함은 환영받는다. 세대와 성별 그리고 문화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이의 장벽을 넘는다. 인류가 정치와 경제로 이룩하지 못한 통합을 단맛은 해낸다. 세계 어디를 가도 도넛은 사랑받는다. 도넛이 없는 나라는 없다. 지구는 도넛문화권이다. 무엇보다도 도넛은 예쁘다. 눈으로 보는 순간부터 엔도르핀을 발생시킨다. 보기 좋은 떡은 먹기도 좋은 법이다. 혀 끝에 닿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단맛은 행복감을 극대화시킨다. 늦은 밤에 커피와 바바리안 도넛을 먹는 경찰이나 글레이즈드 도넛을 한 입에 털어 넣는 아이나 똑같은 행복을 느낀다. 단맛 앞에 인간은 평등해진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서 도넛을 먹는다. 커피는 졸음을 쫓으려고 마시지만 도넛은 행복해지려고 먹는다. 밥 먹고 찾는 케이크나 음료 같은 디저트는 일행과 대화를 위해서 선택한다. 그러나 도넛은 피곤한 퇴근길이나 늦잠 자고 일어난 주말 오전에 주로 찾는다. 커피가 일상을 수혈한다면 도넛은 즐거움을 수혈한다. 물론 함께 즐기면 더 좋다. 달달한 도넛을 쌉쌀한 커피와 곁들이는 건 일상과 행복의 적절한 균형을 만든다. 카페인으로 일하고 당분으로 치유받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니까. 오늘은 도넛을 사러 가야겠다. 진열장 가득 놓인 도넛을 구경하다 달랑 허니후리터 한 개만 사겠지만 오랜만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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