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전에 시작한 책상정리는 하다 보니 대청소가 되어버렸다. 주기적으로 물건을 버리고 나눠주고 치우고 있지만 청소는 끝이 없다.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쓸고 닦아도 저녁이면 먼지가 또 눈에 들어온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하루종일 해도 티가 안 난다. 청소는 그중에서도 제일 티가 안나는 집안일이다. 그렇다고 게을러지면 바로 청소 좀 하라는 잔소리와 핀잔이 돌아온다. 땀 흘려가며 열심히 하면 티가 안 나고 대충 하면 또 제대로 안 한 티가 난다. 여러 모로 사람 귀찮게 만든다. 청소의 가장 큰 적은 먼지다. 아침밥 먹고 책상을 닦았는데도 벌써 먼지가 내려앉았다.
도로 하나 건너서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집 앞 대로변에서는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올라가는 중이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분진은 아주 착실하게 온 동네를 먼지구덩이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창문을 닫고 살 수는 없으므로 청소를 자주 할 수밖에 없다. 여러 번 닦아내도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먼지가 내려앉는다.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똑같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크기의 먼지는 우리가 마시는 공기 속에 잔뜩 들어있다. 먼지는 생활의 부산물이다. 주거단지와 산업현장 그리고 다양한 생활 활동을 통해서 생성된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먼지도 많지만 결국 대부분의 먼지는 인간 문명이 만들어내는 분진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이 먼지가 된다. 사람들이 누리고 타고 소유하는 것들은 먼지를 만들어낸다. 세상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시간이라는 풍화작용에 의해 잘게 부서져 먼지가 된다. 대기권을 뚫고 먼지가 저 먼 우주로 나갈 일은 없다.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거나 자외선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일도 없다. 먼지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소멸하지 않고 지구 안에서 계속해서 돌고 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먼지 속에 들어있다. 사람도 먼지가 된다. 한 줌의 재가되면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먼지와 한 몸이 된다. 그리고 지구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이름 없는 우주의 먼지가 될 것이다. 먼지는 만물의 종착역이나 마찬가지다.
별도 우주의 먼지 속에서 태어난다. 여기저기 떠돌던 암석과 가스 그리고 얼음이 뭉치면서 커다란 덩어리가 된다. 그러다 충분한 질량을 갖추면 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별이나 사람이나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모두 먼지가 된다. 창문을 열어 뒀더니 먼지가 들어왔다. 책상과 협탁 위에 올라온 먼지는 과거에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눈으로는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길어질 것 같은 생각을 그만두고 걸레로 먼지를 닦았다. 청소를 끝내고 걸레를 빨아서 옥상에 널었다. 햇볕에 물기가 바짝 마르고 나면 엉겨 붙었던 먼지는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흘러갈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오랫동안 긴 여행을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