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시간 날 때마다 서울의 부동산 매물을 보러 다닌다. 경기도를 비롯해서 천안까지 고려했던 친구의 내 집 장만 계획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도권을 포기하고 오로지 서울만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30년 가까이된 구축 아파트나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라도 서울이면 괜찮다고 말했다. 번잡한 서울의 주거생활을 누구보다 싫어했던 친구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집값 때문이었다. 지방에 아파트를 산 몇몇 지인이 손해를 본 것을 목격했다. 수도권의 브랜드아파트라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친구가 거주하는 동네의 아파트 시세는 2억 가까이 떨어졌다. 단번에 서울 소재의 브랜드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없는 친구는 재개발을 염두하고 매물을 보러 다녔다.
유튜브로 열심히 부동산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 친구에게 서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어봤다. 친구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집값이 계속 올라가는 곳은 서울뿐이라는 간단한 답변이었다.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든 인구절벽으로 빈집이 늘어나든 양극화로 빈부격차가 심해지든 서울은 괜찮을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나 역시 친구의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에 도시는 단 두 개뿐이다. 서울과 서울이 아닌 도시. 어느 나라나 수도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수도는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이자 정치와 문화의 심장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수도는 국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울이 갖는 의미는 좀 남다르다. 비싼 부동산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서울은 한국에 엄연히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허울뿐이라는 현실도 반증한다. 서울 안에 모든 것들이 다 몰려있다. 제2의 경제도시나 행정도시라는 부산과 대전은 서울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향토기업과 지역기반 산업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모두 서울에 지사를 가장한 본사를 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봐도 변하는 것은 없다. 사람은 계속해서 서울로 모이고 일자리 역시 서울 안에서만 증가했다. 서울은 사회 모든 가치의 중심이자 성공의 시금석이 되었다. 서울 아닌 곳에 산다는 말은 주류에서 동떨어졌다는 의미가 된 것 같다. 모두가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동의하는 사회적인 통념처럼.
서울 태생인 데다 잠실에서 오래 살았지만 강남진출을 꿈꾸는 지인을 본 적 있다. 그는 강남의 진짜배기들을 로컬강남이라고 불렀다. 대치동과 압구정의 차이를 설명하며 서울 안에서도 계급이 존재하고 강남 속에서도 등급이 나뉜다고 말했다. 신분질서는 민주주의의 그늘 아래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를 갖는 도시일까? 서울의 아파트 한 채가 갖는 의미는 과거나 지금이나 서민들 인생의 성공을 의미한다. 하지만 로또 1등에 당첨된다 해도 번듯한 서울입성은 불가능하다. 진짜 인생역전은 복권이 아니라 강남태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부터 복권 1등을 손에 쥐고 태어난 로컬강남들에게 서민들의 서울타령은 코미디로 보일 것 같다. 그야말로 꿈의 도시가 된 서울은 서민들에게는 그저 꿈만 꿔보는 도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