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집념

by 김태민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휴가철 성수기인 데다 긴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이라 카페는 한산했다. 늘 만석이던 창가 자리에 앉았다. 들고 온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다 창밖의 하늘을 봤다. 태풍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잿빛구름이 가득했다. 그런데 구름 사이 까만 점 하나가 보였다. 하늘이 아니라 카페 창문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모기였다. 흔히들 아디다스 모기라고 말하는 흰술숲모기는 느리게 비행하면서 빈틈을 찾고 있었다. 창문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모기 입장에서 본다면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뷔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여닫이 방식의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나마 벌어진 틈마저 방충망이 붙어있어서 모기가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체공하다가 유리창에 안착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나는 책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챕터쯤 읽었을 때 친구가 문으로 들어왔다. 한 시간 넘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친구 머리 근처에 모기가 보였다. 창 밖을 배회하던 흰줄숲모기였다.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앉아있는 동안 창문은 그대로였다. 모기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정문을 통해서 카페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대단한 집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를 빨아야 한다는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모기의 의지는 상상이상이었다. 흡혈을 통해서 산란에 필요한 영양분을 확보하는 모기의 습성은 인간 입장에서 보면 그저 귀찮은 행동일 뿐이다. 손뼉을 몇 번 치다 보면 잡히는 하찮은 곤충이지만 본능을 충실히 따르는 집념만큼은 대단했다. 실패했을 때 재빨리 제2안을 선택해서 다시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생존과 연관된 일이라면 특히 더 어렵다. 사람의 살갗에 바늘을 찔러 넣지 못하면 번식에 실패하고 모기는 죽는다. 모기에게 실패라는 가정의 상황은 없을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죽음뿐이다.


산 밑에 위치한 동네에 사는 나는 매년 질리도록 모기를 본다. 여름이 되면 한 달 동안 족히 수백 마리가 넘는 모기를 잡아 죽인다. 일일이 세기도 귀찮을 만큼 많은 모기들은 모두 산란에 성공할까? 사람의 피를 충분히 흡혈해서 산란을 성공하는 모기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모기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피를 빨려다 전기모기채의 밥이 되거나 파리채에 맞아 죽는다. 살아남아서 알을 낳은 모기들은 필사적인 집념으로 흡혈에 성공한 개체들이다. 사력을 다해서 산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기를 보며 깨달았다. 매번 죽을힘을 다하는 모기 같은 집념을 품고 살았던 적이 있는지 반성했다. 의지가 약해질 때면 끝없는 집념을 발휘하는 모기를 떠올려봐야겠다. 깨달음은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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