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90년대 일본 음악이 추천 영상으로 올라왔다. 책 읽을 때 들을 만한 시티팝을 플레이리스트에 여러 곡 추가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인공지능의 콘텐츠 큐레이션은 제법 날카롭다. 관심 있는 것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잊고 살았던 추억을 찾아준다. 추천 목록에 익숙한 제목의 노래가 들어있었다. DEEN의 <夢であるように>를 발견하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재생버튼을 눌렀다. 도입부의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잊고 살았던 추억이 영화처럼 흘러나왔다.
음악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다. 오래된 기억 속의 노래를 재생하면 단숨에 그리운 시절로 점프할 수 있다. 시계는 순식간에 26년 전으로 시간을 되감기 해버렸다. 초등학생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굣길의 익숙한 골목길, 매일 같이 먹었던 피저와 맥주사탕 같은 불량식품, 친구네 집에서 중고 플레이스테이션 1로 즐겼던 게임들까지. 머릿속에서 VHS비디오 영상을 닮은 장면들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夢であるように>는 JRPG게임인 테일즈오브데스티니의 오프닝곡이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가 세뱃돈을 몽땅 털어서 샀던 게임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에 CD를 넣으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오프닝이 흘러나왔다. 일본어는 단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친구와 나는 멋진 영상과 노래에 매료당했다. 친구 집에 갈 때마다 우리는 늘 게임 오프닝을 몇 번이나 반복재생했다. 나중에는 같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시절의 분위기와 그때의 풍경이 노래와 함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묻혀있었다. 시간은 흘러가면서 많은 것들을 지우고 또 묻어버린다. 세월이 쌓이면서 만든 퇴적지형은 망각이 되어 우리를 과거와 분리시킨다. 하지만 잊는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나간 시절을 뒤로하고 현실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할도 망각의 몫이다. 과거를 흘려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진공포장해서 밀봉한 것처럼 추억은 세월의 그늘 속에 남아있었다. 때 묻지 않았고 훼손되지 않은 채 옛날 모습 그대로 살아있었다. 일본어를 이해하려고 사전을 찾아보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친구와 나는 함께 웃고 울었다. 그 시절의 모든 날들이 그립다. 돌아갈 수 없어서 아름답고 두 번 다시없을 순간이라 돌아보면 참 소중했다. 최고의 영화는 잊고 지낸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