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다 손가락 끝을 베였다. 구급상자를 꺼내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관절이 접히는 부분이라 덧나기 쉬울 것 같았다. 최대한 신경 써가며 조심했지만 상처는 역시나 쉽게 낫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는 부위였다면 금방 아물었을 텐데 자주 쓰는 손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한여름이라 회복이 더딘 것도 문제였다. 깊은 상처도 아니었고 통증을 동반하지도 않았지만 꽤나 신경이 쓰였다. 일주일이 넘어갈 때쯤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턱걸이를 맘 놓고 했더니 피가 배어 나왔다. 상처가 벌어진 것이다.
병원을 찾아가기는 애매해서 약국에서 넉넉한 크기의 밴드를 샀다. 소독약과 연고를 바르고 밴드로 손가락 관절을 통째로 덮어버렸다. 이번에도 낫지 않으면 그때 피부과를 찾아가기로 다짐했다. 삼 일간 밴드를 갈아주고 저녁마다 빼먹지 않고 약을 발라줬다. 잠도 일찍 자고 영양섭취도 신경 썼다. 며칠이 지나자 상처는 완전히 나았다. 밴드를 떼어내고 물로 씻었더니 아문 자리에 돋아난 새살 특유의 살짝 어두운 빛이 보였다. 흉터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작은 상처라도 자주 움직이는 부위에 생기면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새살이 돋아서 완전히 아무는 경우도 있지만 자주 아프고 계속해서 덧나는 상처도 있다. 몸이나 마음이나 그런 점에서 똑같다. 쉽게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기저질환처럼 지속적으로 삶을 괴롭힌다. 영혼에는 근육이 없다. 내면에 깊게 남은 상처를 쉽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조금 둔감해지는 것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사그라들지 않는 고통도 있다. 받아들인다고 해도 아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단련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상처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재발하지 않는 튼튼함을 갖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다녔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진짜 명의는 맘을 낫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지만 마음을 다치면 찾아갈 곳이 없다. 아픈 줄도 모르고 방치한 채 사는 사람도 많다. 긁히고 베이고 부러지면 티가 나지만 영혼에 입은 상처는 드러나지 않는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전기적인 자극을 통해서 기억을 지우는 기술이 개발 중이라는 뉴스를 봤다. 영화 이터널선샤인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사람들은 어떤 상처부터 지우게 될까? 사람일까? 아니면 상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