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우주

by 김태민

만안도서관에서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자주 들르는 곳이 있다. 수의과학검역원 부지 안에 있는 정원이다. 검역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시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했다.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들이 줄지어있어서 봄이면 꽃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수백 년 된 고목아래 그늘은 하루종일 시원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피곤할 때 그늘 아래 앉아서 쉰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꼭 파도 같다. 느긋하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정원 입구에는 색깔도 크기도 다른 의자들이 놓여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사이좋게 의자에 앉아 담소를 주고받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이 상식인 나라에서 넓은 검역원 부지를 손대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조용한 정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개미서식지이자 생태보전구역이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작은 공원이 한국 최대의 개미서식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의아했다. 지방에 위치한 명산이나 국립공원보다 훨씬 많은 개미가 산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땅속 개미들의 숫자는 천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평균 2만 마리 정도의 개미들이 모여 군체를 형성한다. 그런 군체들이 모이면 초군체를 이루는데 천만이면 초군체들의 집합인 초거대군체라고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 개미들의 세계가 넓게 펼쳐져 있다. 벤치에 앉아 발 밑을 내려다보면서 우주의 별을 떠올렸다. 개미가 모여 군체가 되는 모습이 별과 은하를 닮았다고 느꼈다. 별이 모여 은하가 되고 은하로 구성된 은하단과 은하군이 초은하단을 만든다. 우주는 무수히 많은 초은하단을 품고 있다. 아주 작은 세계와 가늠할 수 없이 거대한 세계가 서로 닮았다. 거대한 우주를 바라볼 때나 미세한 세계를 볼 때나 똑같은 경외심을 느낀다. 무한한 우주에 떠있는 먼지나 다름없는 지구 안에 생태계라는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


문득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개미군체처럼 알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는 작은 공원 지하 속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 너머에 있는 풍경이라 그런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인간은 이론을 증명하고 탐구하면서 성장해 왔다. 지식은 세계를 확장하는 바탕이 됐다. 그렇게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문명은 발전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당장 발 밑에 존재하는 개미들의 우주를 수십 년 넘게 몰랐던 것처럼. 자연은 여전히 거대한 신비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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