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by 김태민

최근에 교토 출신의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류를 좋아하는 그녀는 좋아하는 아이돌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교토에 한국의 카페를 벤치마킹한 카페가 생겼다면서 내게 자랑했다. 그녀가 보내준 사진은 인스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페처럼 보였다. 을지로나 성수동에 있을 법한 힙한 느낌이었다. 과거 케이팝이나 드라마에만 한정되어 있던 한류는 이제 완전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패션과 뷰티용품 그리고 음식과 인테리어까지 다채로운 한국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음악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양국의 젊은이들은 서로를 혐오하면서 백안시하지 않는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면 빠르게 소비한다.


기성세대는 역사를 잊지 말라고 하지만 역사를 잊는 것과 증오를 품는 것은 다르다. 미래세대는 뿌리 깊은 증오의 고리를 끊고 교류를 선택한 것 같다. 미움을 버리고 손을 내미는 젊은 이들을 보면서 세상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누대에 걸쳐 이어져온 악감정을 다음 세대가 청산하려고 한다. 양국의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큰 빚을 졌다. 결국 세상의 변화는 언제나 젊은 이들의 몫이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결국 서로를 항해 다리를 놓기 마련이다. 문화는 장벽을 넘는 힘을 갖고 있다. 어리석은 자들은 문을 닫고 성을 쌓지만 현명한 이들은 모두에게 열린 광장을 만든다


증오는 갈등을 낳고 갈등은 분쟁을 낳는다. 다툼은 피를 부르고 피는 복수로 이어진다. 증오의 연쇄작용을 끊는 방법을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편향된 시각을 버리고 혐오를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 이전까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만 결국 세상이 변했다. 사슬을 끊는 것은 늘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이다. 혐오는 무지에서 온다. 두려움은 왜곡에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 보면 공통점이 눈이 들어온다. 닮은 점을 발견하면 인간은 그때부터 공감할 수 있다. 공감하고 나면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의 다른 점도 이해하게 된다.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다. 갈등의 전장이 아니라 화합의 무대를 열 수 있다.


사회적인 교양의 수준이 향상되면 문화적인 소양도 성장하게 된다. 진보한 문화의식은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문화를 포용할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고 맞고 틀림의 기준을 내세워 다투지 않는다. 논쟁과 언쟁이 만드는 분쟁이 가득했던 시대는 결국 막을 내릴 것이다. 결국 이 세상은 다음 세대의 것이다. 그들은 공감과 이해가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을 꿈꾼다. 뜨거운 혀보다 뜨거운 가슴이 세상을 바꾼다. 해묵은 감정이 아니라 번뜩이는 감성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변화를 보면서 미래를 만들어나갈 그들에게 기대하게 된다. 증오와 편견으로 얼룩진 진흙탕에서 그들이 피워낼 연꽃은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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