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소나기

by 김태민

비가 세차게 내린다. 짙은 구름이 몰고 온 장대비는 어느새 창 밖의 풍경을 덮어버렸다. 글을 쓰다 말고 창문 앞으로 걸어가서 바깥을 본다. 직각으로 떨어지는 굵은 실선이 45도 각도로 기울어졌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빗줄기가 온 세상을 때리고 있다. 나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풍경 사이에 두꺼운 이중창이 놓여있다. 음소거를 한 것처럼 고요한 실내에서 폭풍우를 구경한다. 창문을 때리는 굵은 빗방울의 둔탁한 충돌음이 묵직한 울림을 토해냈다. 밖으로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처럼 들렸다.


비 오는 날의 도서관은 유난히 더 조용하다. 일찌감치 오지 않았다면 집에서 비를 보며 외출을 단념했을 것 같다. 단시간동안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비는 삽시간에 주변 풍경을 바꿔버린다. 소나기라고 부르기 어려운 단발성 폭우는 동남아시아의 스콜을 연상시킨다. 몰아치는 비바람이 계속되다 잠시 잦아들었다. 올해는 장마철을 포함해서 여름 내내 이런 비가 자주 내린다. 폭우가 그치고 나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다. 창 밖에 부러진 나뭇가지 몇 개가 길 가에 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맑았다. 며칠간 폭염이 이어졌고 지방에는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선크림을 바르고 흰색 리넨셔츠를 꺼내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몇 걸음 떼지 않아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였다. 그러나 날씨는 변덕쟁이다. 일기예보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합의였지만 약속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빠르게 구름이 몰려왔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긴 울음소리를 내더니 곧이어 폭우가 쏟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내렸다. 밤이 된 것처럼 주변이 어두웠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예측과 예상이 모두 빗나갈 때 사람은 속수무책이 된다. 글을 쓰는 동안 잠시 비가 그쳤다. 올려다본 하늘에 구멍이 뚫려있다. 옅은 회색빛 하늘 사이의 커다란 구멍 위로 푸른빛이 감돌았다. 눈부시게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짓말처럼 비대신 햇살이 쏟아져내렸다.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창문에서 눈길을 거두고 나는 모니터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다. 베트남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던 친구는 비를 보다 스콜이 떠올랐다고 적었다. 여름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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