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짜

by 김태민

상담심리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대학동기가 카톡을 보냈다. 한 번 살펴보라는 메시지 하단에 인스타그램 링크가 달려있었다. 눌러보니 때깔 좋은 프로필사진을 달고 있는 비즈니스 계정이 나왔다. 연애와 가족 인생문제를 상담하고 코칭한다는 자기소개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사짜다. 유튜브와 SNS 그리고 블로그에서 숱하게 보이는 자칭 전문가들이다. 예상대로 사설민간 자격증 몇 개를 취득하고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이후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가짜전문가들은 이제 당당하게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었다.


석박사 같은 제대로 된 학위를 갖추지 않은 사짜들이 내세우는 이름은 대표나 소장이다. 책상에 노트북 한 대 올려놓고 연구소를 오픈하면 누구나 연구소장이 될 수 있다. 학위도 필드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연구소를 차린 다는 발상부터가 양심이 없다는 반증이다. 학부전공을 직업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심리상담분야에서 일하는 동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사짜들은 정당한 업계종사자들의 노력을 비웃고 모욕하고 있다. 사기와 사이비가 판치는 대한민국은 이제 직업적 사짜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검색어를 입력해 보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수많은 사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에게 전문성은 중요하지 않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영향력과 정당성을 부여한다. 교차검증 없이 광신도처럼 신봉하는 팬덤 역시 가관이었다. 강의내용은 곡해와 왜곡 그리고 확대해석으로 가득했다. 사기 치는 사짜도 문제지만 엉터리 강연을 듣고 잘못된 신념을 가지는 사람들이 두려웠다. 하나만 아는 사람은 무섭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나만 아는 인간을 철석같이 믿는 인간들이다. 한 번 뒤틀린 길로 들어서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사기꾼과 사이비 그리고 사짜는 모두 사회혼란을 가중시키는 암덩어리다. 유튜브 따위에 인생의 진리가 있기를 바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기꾼은 법치질서를 유린하고 사이비는 사회의 결속을 와해시킨다. 그리고 직업적 사짜는 직업전문성의 신뢰도를 망가뜨린다. 학위도 직무경험도 없는 유튜버가 가족상담과 육아방법을 강의하는 영상을 봤다. 자극적인 제목의 썸네일 아래 조회수는 상당히 높았다. 영상을 시청한 부모들은 스스로를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책임감 있는 부모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소중한 자녀를 돌팔이에게 맡기는 멍청한 짓에 불과하다. 삶의 지혜라고 말하면서 누가 떠먹여 주는 지식은 독약 아니면 마약이다. 의지하는 순간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삶이 망가지거나 진실을 배척하면서 철저하게 고립될 뿐이다. 지식은 공짜가 아니다. 영상 몇 개 보고 강연 좀 듣는다고 삶이 변하길 바라는 마음은 결국 자신을 망가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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