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김영하의 단편소설을 읽고 있었다. 딸기시럽의 단맛을 느긋하게 음미하고 있는데 불쑥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딸기시럽에 관한 유일한 에피소드가 생각난 것이다. 동갑내기 친구는 대학생 시절에 집 근처 던킨도너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람도 많고 이래저래 바빴지만 성실하게 일했다.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조금 느긋해지면 친구는 몰래 딸기시럽을 퍼프로 입에 한가득 짜 넣었다. 이유를 물어보자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르바이트하는 날마다 눈길을 피해 시럽을 짜 먹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친구는 짜릿함과 섞인 달콤한 딸기맛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까지 비밀스러운 일탈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시절의 친구에게는 고민거리와 스트레스가 많았다. 진로와 취업 그리고 연애까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 걱정이 쌓였다. 시럽을 몰래 털어먹는 행동은 불안을 해소하려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친구에게 내 생각을 말하자 일리가 있다면서 고객을 끄덕였다. 누구나 아무도 모를 만한 작은 일탈을 즐길 때가 있다. 사실을 말하면 듣는 사람이 피식거릴만한 그런 행동. 이런 일탈행위는 생각 외로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법이 정한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탈을 즐겨도 괜찮다. 친구가 훔쳐먹었던 딸기시럽은 음료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재료였다. 아르바이트생이 먹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작은 일탈은 민들레홀씨를 퍼뜨리는 것이다. 꺾을 필요 없이 발끝이나 손끝으로 살짝만 건드려주면 된다. 동그란 솜털로 쌓여있는 민들레홀씨를 발견할 때마다 바람에 날려 보냈다.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어딘가에서 활짝 피어날 노란 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는 일탈로 방화를 즐기는 인물이 나온다. 그의 일탈은 헛간에 불을 질러 태우는 것이다. 봉대산불다람쥐로 불렸던 한국의 연쇄방화범은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100 여건의 방화를 저질렀다. 이런 일탈에 비하면 몰래 시럽을 짜 먹는 일이나 민들레홀씨를 날리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나는 종종 민들레를 발견하면 홀씨를 날려 보낸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친구에게 연락을 해봤다. 친구에게 딸기시럽 이야기를 꺼내자 웃었다. 새로운 일탈을 찾았는지 물어보면서 나도 같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