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덮어주는 마음

상처 입은 당신에게 올리는 글

by 김태민

마음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잊고 싶은 기억의 모양을 하고 찾아오는 오래된 상처의 통증은 차분했던 마음을 헤집어놓는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잠잠해졌을 법도 한데 상처는 새겨지던 순간의 날카로운 고통을 생생하게 품고 있다. 지나간 기억 속의 잊혀져있던 이미지가 떠오르고 익숙한 고통의 질감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통증은 불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훈장과도 같은 흉터자국이 무색하게 아픔은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와 거칠게 날뛰어댄다. 심장을 찔리는 아픔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면의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취급받아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겉으로 드러나든 그늘아래 숨어있든 상처는 똑같이 아프다. 다만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상처는 드러낼 수 없기에 이해받을 수 없고 표현할 수 없기에 공감 받지 못한다. 아픔을 감싸줄 손길도 눈길도 받을 수 없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삶을 괴롭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밀이란 이름을 빌려 상처를 덮고 산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의 장막을 씌우고 홀로 견디는 외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비밀을 고백 받는 일은 그 사람이 지닌 삶의 아픔까지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필요로 한다. 혼자 품고 살았던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어짊어지는 일이기에 신뢰와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진실 된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비밀 속에 감춰져있던 아픔이 고백에서 이해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까지의 너와 나에서 우리라는 새로운 형태로 확장된다. 아물지 않은 오래된 상처를 보여주며 다가가는 사람과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려는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면서 형성되는 관계. 이 관계 속에서 진심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내면의 상처가 주는 아픔은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지독한 시련과도 같다. 그러나 시련의 끝은 반드시 행복의 시작과 이어져있다. 험한 사막의 끝이 초원의 입구에 닿아있는 것처럼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언제나 사람을 통해 구원받는다.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홀로 아파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살아가다보면 혼자만의 고통에 따스한 손길과 촉촉한 눈길을 보내줄 소중한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큰 상실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진다.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었을 때 다가온 헌신적인 사람은 사랑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찾게 만들어준다. 혼자서 이겨내기 힘든 내면의 아픔은 이를 이해해주는 사람으로 인해 삶의 기쁨으로 변화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힘겨운 시기를 겪는다. 그 시기는 짧을 수 도 있고 때론 끝나지 않을 듯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외로움을 이겨내며 끝내 행복해지는 변화를 체험한다. 마음의 상처는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지만 소중한 사람은 변함없는 믿음과 애정으로 우리 내면의 아픈 곳을 매만져주는 것이다. 그런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삶이기에 우리는 시련과 절망에 아파하면서도 ‘한번 만 더’ 라는 기대를 품고 살아갈 수 있다.

쉬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잊혀질만하면 끈질기게 따라붙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일은 노력과 용기 그리고 타인의 애정을 필요로 한다. 고통의 흔적을 쉽게 털어내긴 어렵지만 혼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 절망하고 슬퍼한 만큼 딛고 일어서서 누리게 될 환희는 크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므로 아프고 힘겨워도 결코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는 말자. 내가 나를 포기해도 나를 포기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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