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by 김태민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었다. 한 번씩 이유 없이 햄버거가 생각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이태원 맥도널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베토디와 콜라를 받아서 느긋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빅맥이나 베토디는 단맛과 짠맛이 강한 편이라 소스를 덜어내고 먹었다. 새로운 맛이 주는 신선함도 좋지만 익숙한 맛이 주는 만족감도 좋다. 식사를 끝내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려다 6호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이 한산해서 타자마자 앉을 수 있었다.


가방에서 아사자와 요의 신작을 꺼내 읽었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서 내릴 역이 가까워졌을 때 책을 덮기 아쉬웠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주변을 둘러보다 바닥에 시선이 닿았다. 내 발치에 작고 노란 점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참깨였다. 그 순간 점심메뉴로 골랐던 햄버거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스를 덜어내려고 햄버거 번을 만졌을 때 옷에 참깨가 묻었던 것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참깨를 보고 맥도널드를 떠올릴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흔적을 남겼다.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는 늘 흔적이 남는다.


사람들은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의 내면에 흔적을 남긴다. 인간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에게서 내 흔적을 확인할 때 기분이 묘해진다. 어떤 식으로 내가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보면서 홀로 조용히 복기한다. 내게도 누군가의 흔적이 적잖이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이 남긴 흔적은 참깨 알갱이처럼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말투처럼 쉽게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모르고 있다 갑자기 알아차리게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삶은 기록이다. 일생동안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면서 산다. 인간은 의미 있는 것을 남기고 싶은 본능을 갖고 있는 존재다. 성취를 통해서 얻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같은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결국 사람이 남는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씩 내가 남긴 흔적을 돌아보면서 복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앞만 보고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걸어온 길에 남은 발자국은 구불구불할 수 도 있다. 살아오면서 만든 크고 작은 흔적을 자주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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