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내린 눈이 거의 다 녹았다. 구름이 걷히고 내려온 햇살은 오후 내내 눈부시게 반짝였다. 창문 밖으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은 성실하게 흐른다. 봄이 오는 중이다. 쌓인 눈이 녹은 가지마다 새순이 달려있다.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달에 자른 머리카락이 꽤 많이 자랐다. 시간이 머문 흔적은 몸에 선명하게 남는다. 손끝에 걸려있는 초승달이 눈에 들어왔다. 창 가에 앉아 손톱을 다듬는다. 하얀 달을 하나씩 잘라낼 때마다 흘러간 시간을 생각한다.
하얗게 갈라져있던 왼쪽 약지 손톱이 며칠새 제대로 붙었다. 세로로 나 있던 가느다란 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가 나간 사기그릇 같았던 손톱 끝은 이제 완만한 곡선을 뽐내고 있었다. 손톱 끄트머리가 갈라졌다고 크게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며칠만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걱정이나 불안은 늘 무지에서 비롯된다. 확실하게 안다면 근심에 사로잡힐 일은 없는 것 같다. 깨끗하게 아문 손톱을 보면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걱정은 시간 앞에 늘 눈 녹듯 사라진다.
세찬 소나기는 잠깐 내리다 그친다.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결국 가을이 오기 전에 잠잠해진다. 기분은 수시로 변하는 날씨에 불과하다. 걱정도 기분의 일종이다. 걱정은 자고 나면 잊히고 살다 보면 지나간다. 걱정하고 근심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신선한 바깥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비우고 나면 걱정도 사라진다. 굳은 다리를 펴고 한참 걷다 보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별 것 아닌 것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걱정하는데 쓰는 시간은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살면서 생기는 문제는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내 손으로 풀면 된다.
손톱을 자르면서 쓸데없는 생각도 함께 버린다. 몸에 남은 시간의 흔적을 정리하는 것처럼 마음에 담고 있던 것들을 비운다. 몸도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가끔 조바심이 날 때면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눈구름이 물러간 하늘은 맑고 투명한 푸른색이다. 온 세상을 뒤덮은 눈은 불과 반나절만에 모두 녹아내렸다. 때가 되면 걱정이나 근심도 눈이 녹는 것처럼 다 사라진다. 다음 주면 3월이다. 해가 제법 길어졌다.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있지만 계절은 어느덧 봄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손 끝에 닿은 햇살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