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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07. 2024

정치질은 능력이 아니라 질병이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악한 사람들

 팀플레이는 구성원의 역량을 성장시키고 부서에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팀워크가 친목과 야합을 통해 극소수의 사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질되면 정치질로 전락한다. 집단 내부에서 편을 가르고 왜곡된 동료애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치질을 처세술로 평가하고 출세를 위한 재능으로 인정한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성과만 내면 과정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합리화해 주고 면죄부까지 씌워준다.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가 많고 온 나라에 사기만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만 좋으면 수단이 더러워도 박수를 치는 문화가 문제다. 성공하면 수단까지 신격화하는 풍토는 역겹다. 정치질은 용인술이 아니라 그저 반사회적인 협잡에 불과하다.


 정치질을 통한 사익추구는 사내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집단 내 화합을 망가뜨린다. 사내정치질은 어떤 이유든 회사에는 마이너스 요인일 뿐이다. 능력이라는 미사여구를 갖다 붙일 가치도 없다. 진짜 문제는 팀워크가 아니라 정치질을 일삼는 인간들이 요직을 꿰차거나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사내정치의 핵심은 파워게임이다.


 거창하게 포장해 봤지만 세력다툼의 민낯은 그저 더러운 뒷공작에 불과하다. 상대를 흠집 내고 루머와 뜬소문을 퍼뜨려 평판을 더럽힌다. 발언을 왜곡해서 전달하는가 하면 협업에서는 노골적으로 방해까지 일삼는다. 같은 회사 안에서 적과 아군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자기들끼리 서열까지 나눈다.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배치하려는 노력보다 내 말을 잘 들을 사람을 꽂아 넣고 부서와 회사의 발전은 고려하지 않는다.


 회사의 미래가 자신의 미래라고 말하면서 정작 회사의 근본인 사원들을 장기짝이나 부품취급한다. 희생과 충성을 강요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늘 꼬리부터 자른다. 집단 내부에 사조직이나 다름없는 세력을 운용하면서 팀워크를 운운하는 꼴도 가관이다. 사유화된 세력을 거느리고 사리사욕을 쫓는 모양새는 그 옛날 중원의 탐욕스러운 군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즈니스가 아무리 전쟁터라지만 근본적으로 회사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사람을 부품취급하면서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는 자들을 높이 쳐줄 이유는 없다. 어느 회사든 정치질을 일삼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정치질은 작게는 이간질과 험담정도로 그치겠지만 커지면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견제와 경쟁은 집단을 운영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정치질은 팀플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저 질 나쁜 세력싸움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질을 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있는 당연한 일처럼 생각한다. 그 정치질의 희생양이 되거나 표적이 되어 큰 타격을 입기 전까지는 그렇게 말한다. 내 차례가 될 줄 몰랐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벽에 쓰여있는 말처럼 피해자가 되기 전에는 무관심할 뿐이다.


 정치질은 단순한 권력싸움이 아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원흉은 대부분 피아식별로 사람을 나누는 정치질에 있다. 인간관계로 묶여있는 집단의 특성상 차별이 발생하면 평등이나 정의는 삽시간에 파괴된다. 적과 아군이 나뉘면 적은 비인간화의 대상이 될 뿐이다. 우리를 제외한 남이 아니라 인간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사내따돌림, 부서내불평등 같은 뇌관이 터지면 집단의 민낯이 드러난다.


 그 이면에는 늘 편 가르기로 분란을 초래하고 통합을 저해하는 정치질이 존재한다. 정치꾼들은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삶이 망가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는 멀리 있지 않다. 그들은 감옥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집단인 회사에 항상 존재한다. 나를 위해서 사람들을 이용하고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 그런 인간들이 정치질을 일삼으면서 회사의 기둥처럼 행동한다.


 보상을 약속하면서 희생을 종용하고 논란을 만들고 사실을 왜곡해서 목표물을 사냥한다. 충성하는 이들의 이용가치가 사라지면 단칼에 잘라낸다. 그런 소시오패스가 요직에 앉은 회사는 언젠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이익을 위해서 그들은 마지막에 회사까지 팔아먹을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정치꾼이다. 인간다움을 상실한 인간들이 사람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직장 내 문화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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