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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14. 2024

무례한 사람은 언제나 당당해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괴팍한 사람들

 반년을  채우고 이직을 반복하는 사람을   있다. 그는  스스로를 능력자라고 자화자찬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우연히 동종업계의 지인에게 그의 평판을 들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았다. 주로 의사소통 방식이 문제였다. 지인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조직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누가 봐도 좋은 회사에 갈만한 평판은 아니었다.


 그는 부단한 노력으로 이력서를 가득 채울 만큼 여러 스펙을 달았지만 결국 좋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선망하는 회사의 원하는 자리는 결국 전부 남의 것이 되었다.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논란을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발언이 오해를 사거나 다른 동료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


 애석하게도 단체생활에서 문제를 만드는 대부분의 원인은 말이다. 한 마디의 말실수는 백 마디의 해명으로도 바로잡을 수 없다. 실력을 인정받아도 말로 다투는 과정에서 이미지는 모조리 깎여나간다. 다만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허풍쟁이 이미지는 아니었다. 일은 잘했지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단체생활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적이 생겼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싫어할만한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면 그 사람과 함께 일하기 힘들어진다. 같은 부서에 속해있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일을 하더라도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고 충돌하게 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뚜렷한 적의를 가지고 나를 배척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회사는 전쟁터가 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래서 말을 조심하는 편이다. 생각해서 말하려 노력하고 실언은 빠르게 사과하고 인정해서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그는 본인이 뱉은 말에 늘 당당했다. 상대가 보이는 반응은 신경 쓰지 않았다. 듣는 사람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던진 말이었기 때문에 늘 당당했던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과 그냥 무례한 사람을 구별하는 눈이 생긴다. 전자는 솔직한 표현을 쓰더라도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후자는 사실을 말하더라도 상대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는 존중을 기반으로 사실을 전달하지만 후자는 배려심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들은 대화나 논쟁에서 시시비비만 가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게다가 내 말이 맞고 틀린 것 하나 없으니 전혀 문제없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단체생활에서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한 번 보고 마는 사이가 아니다. 계속해서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고 업무차원에서 협력하려면 존중은 기본이자 필수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사과도 곧바로 표현한다. 그래서 뒤탈도 없고 뒤끝이 남지도 않는다. 의견차이로 충돌해도 앙금이 남지는 않는다. 직설적인 만큼 사과와 인정 모두 확실하기 때문이다. 설전이 오가더라도 예의는 지키고 발언의 수위 역시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무례한 사람은 자기 할 말은 직설적으로 해도 사과와 인정은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행동은 매우 옹졸하게 보인다. 본인의 잘못을 알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사과에 이유가 붙고 인정에도 조건이 따라온다. 정작 이들은 스스로를 할 말은 할 줄 아는 쿨한 인간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있는 말하기 방식은 분란을 만들고 논란을 야기한다. 주변 사람들이 지적하고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해도 무례한 말투를 가진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적어도 태도는 바꿀 수 있다. 말투는 태도의 근본이다. 하지만 본인이 문제를 인정하고 현실을 자각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말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사이 평판은 갈수록 더 나빠진다. 업계평판은 남의 입에서 나오는 나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다. 한 번 망가지면 본인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개선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경력이직은 어느 업계나 평판이 좌우한다. 확인을 위해 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인사담당자에게 문의를 넣는다. 사내의 지인을 통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여러 루트로 수집한 그의 평판은 아마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력서는 자기가 만든 평판에 짓눌려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직장생활을 하는 한 그의 무례한 언행이 만든 평판은 벗어날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말은 사람의 그림자다. 그리고 업계 평판은 직장인의 운명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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