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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Feb 29. 2024

남에게 둔 훈수는 늘 악수로 돌아온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

 함부로 충고하거나 훈수두지 않는 것은 어느 업계나 통용되는 상식이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개입하고 지시하는 것은 정당한 작업이다. 그러나 자격도 없으면서 동료의 직무나 회사의 프로세스에 대해 훈수를 둔다면 모두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발언은 책임이 따른다.


 입을 열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혀를 놀리게 되면 반발과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모든 업무가 의사소통으로 이뤄지므로 팀원 간의 불화와 불만은 팀워크를 와해시킨다. 집단의 불만은 곧 갈등으로 이어지고 내부갈등은 생산성을 저해시킨다. 분위기 역시 엉망이 된다. 권한은 업무에 대한 정당한 발언권을 보장한다. 업무에 대해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면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관계자도 아니면서 내뱉는 훈수는 무책임의 극치다. 명분도 없으면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일수록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회사에서는 수정해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무식하면 무모한 것이다. 함부로 훈수와 참견을 남발하는 인간에게 상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듣는 상대의 기분이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각 없이 말을 마구 내뱉는다. 필터링도 브레이크도 없는 무모한 발언은 역풍을 부른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명분인지도 모르겠다. 집단에서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 것은 다수의 합의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마찬가지다. 승진과 해고 같은 인사처분 역시 명분을 기반에 두고 있다.


 무책임한 언행은 대의도 명분도 없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내용을 이야기하므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 발언을 통해서 개인과 집단에 아무런 이익도 기여하지 못하므로 가치도 없다. 오직 말을 꺼낸 사람의 이기적인 욕구만 충족시켜 줄 뿐이다.

생각 없는 사람들은 내가 더 똑똑하고 우월하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훈수와 조언을 동료들에게 남발한다.


 스스로를 현명한 갑이라고 생각하는 자아도취에 가까운 이런 수평적 갑질은 무모한 삽질로 이어질 뿐이다. 집단에서 멋대로 저지르는 개인행동은 반드시 심판받게 된다. 미움을 사고 평판은 나빠지고 동료들은 조용히 등을 돌린다. 똑같이 일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실력으로 역량을 증명할 기회 역시 사라진다. 혼자서 기량을 뽐내봐도 어느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연주자에게 우호적인 오케스트라는 없다.


 훈수와 참견을 일삼는 이들은 모든 사람을 자기보다 못났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직급이 낮고 경력이 초라할지라도 자기가 가장 뛰어난 인재라는 왜곡된 환상을 품고 있다. 그러나 환상은 착각일 뿐 현실이 아니다. 우연히 참석한 자리에서 인상적인 훈수꾼을 본 적 있다. 그는 반도체 업계에서 2년 정도 일한 사람이었다. 자기 입으로 본인을 프로라고 소개했다. 2년 가지고 전문가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분야는 없다. 잘 나가는 타짜라고 으스댔지만 초짜에 불과하다.


 그는 회사가 곧 상장하면 스톡옵션을 받아 대박을 칠 거라고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얼른 반도체 업계로 넘어오라는 무례한 훈수를 덧붙였다. AI혁명이 대체할 수준 낮은 노동에 매달리지 말라는 참견까지 잊지 않았다. 몰상식한 발언이었지만 사람들은 별 대꾸 없이 말을 받아넘겼다. 다들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초짜인 줄 알았는데 틀렸다. 본인이 진리를 안다고 믿는 사짜였다.


 다들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허장성세를 부리는 사람일수록 별거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약한 개일수록 크게 짖고 작은 개일수록 사납게 짖는다. 최근에 자랑을 빙자한 훈수를 늘어놓았던 그의 소식을 들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회사는 상장하지 못했다. 당연히 스톡옵션을 받는 일도 없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고용한파가 불어닥쳤고 결국 해고당했다.


 반대로 그 이야기를 별말 없이 듣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살아남았다. 귀에 거슬리는 무례한 말을 들으면서도 그들은 대꾸하거나 반응하지 않았다. 맹렬하게 짖는 약한 개에게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말하는 태도를 보면 사회성을 가늠할 수 있다. 할 말 안 할 말을 구별하는 능력은 집단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이다.


 인사팀장으로 일하는 고교동기는 잘난 놈은 헤드헌터가 데려가고 못난 놈은 잘리고 중간에 살아남은 놈이 승진한다고 이야기했다. 살아남는데 가장 중요한 생존능력은 언어습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입은 닫혀있을 때 보기 좋고 혀는 무거울수록 안전하다. 여러 번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훈수와 참견만 참아도 중간은 갈 수 있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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