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Feb 20. 2024

무임승차하는 베짱이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악한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이 열심히 땀을 흘릴 때 혼자 아무것도 안 하려는 사람이 있다. 어떤 회사든 일은 안 하고 그저 쉴 궁리만 하는 베짱이 같은 직원이 있는 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직장생활뿐만 근본적으로 책임을 기피하고 열의를 발휘할 생각이 없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데다 타인에게 일을 미루려는 습성까지 있어서 주변 동료들을 피곤하게 한다. 말을 해도 잘 듣지 않고 일을 시켜도 완성도를 보장할 수 없다. 요령만 피우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베짱이는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일을 망치거나 사고를 치는 일은 없지만 엄연한 공공의 적이다.


 만사가 다 귀찮은 게으른 나무늘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다. 베짱이들은 노력 없이 성과를 기대하고 가만히 앉아서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 무기력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내면에 탐욕스러운 본성을 숨기고 있다. 요행에 기대길 바라는 샤머니즘에 가까운 마인드는 왜곡된 문제해결방식으로 이어진다.


 자기 할 일을 주변 동료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베짱이는 사냥감을 물색한다. 거절할 줄 모르는 착한 동료나 열정적인 마인드의 신입들이 주요 타깃이다. 뒤늦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을 빼려고 하면 난리를 친다. 부탁할 때는 온갖 사정을 늘어놓으면서 상황이 틀어지면 생떼를 쓴다. 그래서 베짱이의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한두 번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내 일이 되어버린다.


 베짱이 같은 유형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한다. 대학교 시절의 조별과제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일을 못하는 팀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면 어느 정도 개선된다. 그러나 일을 할 생각 자체가 없는 팀원은 답이 없다. 일하기는 싫지만 성적은 잘 받고 싶은 만큼 교묘하게 무임승차 하는데만 열을 올린다.


 결국 베짱이 하나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더 고생하게 된다. 회사에서도 이런 비극은 그대로 반복된다. 베짱이는 언제나 자기 할 일을 떠넘길 방법만 고심한다. 동시에 남의 성과를 가로채려고 열을 올린다. 이런 행보를 생존능력으로 포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베짱이일 것이다.


 베짱이가 동료라면 조별과제의 악몽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관리자 직급이라면 팀의 미래는 암울하다. 게으른 관리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치졸한 정치질과 성과 빼앗기 뿐이다. 팀원들을 자양분 삼아 본인의 자리를 지키는 개미지옥에 빠지면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사가 귀찮은 무기력한 베짱이들은 본인의 이익 앞에서는 재빠르게 행동한다.


 그저 일하기가 싫은 것일 뿐 사익을 추구하는 데는 혈안이 되어있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나 팀원들에 대한 동료애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할 뿐 인간적인 배려나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다. 양심 없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베짱이는 매우 이기적인 존재다. 회사입장에서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직원은 월급도둑이나 마찬가지다. 회사생활을 무임승차로 일관하는 베짱이는 회사의 적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팀에 기여하는 바도 없고 부서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고통분담이 필요할  제일 먼저 도망가고 책임져야 하는 순간에는 숨어버린다. 특히 가족을 들먹이면서 도망가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월급과 복지혜택을  받아먹으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그들은 베짱이보다 기생충에 가깝다. 염치없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정직원 해고가 쉽지 않은 나라다. 처음부터 베짱이처럼 굴면서 무능한 모습만 보였다면 초기에 쫓겨났을 것이다.


 처음에는 성실하게 일하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생활했을 것이다. 본심을 숨기고 본모습을 감추고 자리가 잡힐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일을  못해도 내보내면 당장 공백이 생기는 자리에 앉는 순간 그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인해 평범한 사람이 베짱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숨겨진 사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베짱이들은 처음부터 이기적인 베짱이였을 뿐이다. 상식을 벗어난 괴상한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해  필요는 없다.

이전 05화 직장인의 주인의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