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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21. 2024

회사의 시한폭탄 트러블메이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회사에서 차별당하는 경우는 없다. 일도 잘하고 대인관계까지 원만하다면 뒷말이 나오더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짜 문제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어느 집단에나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트러블메이커라는 사실을 모른다.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부서에 골칫덩어리가 되면 주변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트러블메이커는 타인의 반응이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나 밖에 모르는 나뿐인 존재다. 상식을 벗어난 사람은 모든 것을 한 때의 기분이나 본인의 기준만으로 판단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서 자주 갈등이 발생하고 쉽게 오해를 만든다. 말 한마디로 적을 만들고 한마디 말로 분란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기행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비뚤어진 신념이나 야망을 품는 경우 팀의 발전과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확률이 높다.


 트러블메이커는 함께 있으면 불편한 존재다. 쓸데없는 논쟁을 즐기고 민감한 주제를 꺼내서 분위기를 망친다. 개인사를 늘어놓으며 자기 자랑을 일삼거나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부류가 된다. 누구나 사회생활하면서 눈치가 늘어난다. 이상한 사람은 알아서 피해 가는 처세술을 체득하게 된다. 함께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서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트러블메이커는 공공의 적이 된다.


 트러블메이커는 사내의 움직이는 시한폭탄이자 여러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인지뢰다. 가깝게 지내면 엄한 일로 피해를 줄 것 같은 트러블메이커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래서 다들 이상한 사람을 보면 알아서 조심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며 지낸다. 거리 두기는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아니다. 차별이나 낙인도 아니다. 생존을 위한 엄연한 처세술이다. 그러나 트러블메이커가 사고를 치면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휘말릴 수밖에 없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우산을 써도 옷이 젖는다.


 트러블메이커는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교통사고나 재난 같은 존재다. 국내의 한 유통기업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사업부에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다. 그는 나이에 비해 경력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채용면접관으로 들어간 실무자들 의견은 탈락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책임자인 팀장은 잘 가르쳐서 일을 시켜보자고 면접관들을 설득했다. 팀장의 설득은 성공했다. 열정만 보고 신입을 뽑았다.


 그러나 신입사원은 안 좋은 의미로 열정이 과도한 편이었다. 성과를 위해서 그는 회사내부의 매뉴얼을 어기면서 자기 방식대로 일했다. 선임이 제지해도 개의치 않았다. 차장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그를 제지하는 한편 요주의 인물로 분류했다. 팀장은 부족한 점을 잘 교육시키겠다고 차장을 설득했다. 잘못된 점은 가르치고 타이르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팀장의 판단은 빗나갔다.


 어느 날 신입은 관리자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회사의 신규 프로젝트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그는 경력과 실력 모두 부족했다. 회사는 증명불가능한 열정에 기회를 주지 않는다. 팀장은 요구를 거절했다. 자신감이 과도한 사람들은 근성과 용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소년만화가 아니다. 누구나 공평하게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 있고 그러려면 경험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신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단독으로 신규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본부장을 찾아갔다. 자신은 발전 가능성이 큰 인재이므로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난입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본부장은 곧바로 관리자들을 호출했다. 교통정리를 요청한 뒤에 자리를 피해버렸다. 개인행동은 반드시 책임을 수반한다. 저질러놓고 감당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들이 수습해야 한다. 내가 싼 똥을 남이 치우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사태의 원흉이 된 트러블메이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퇴사해 버렸다. 무책임한 퇴장이었다. 그를 자기 손으로 뽑은 팀장은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이면에는 본인의 선의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후회가 남았을 것이다. 호의는 사람을 가려서 베풀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결과가 내 뜻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러블메이커는 근본적으로 본인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므로 어떤 사고를 칠지 예상할 수가 없다. 알아서 피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좋은 뜻으로 베푼 친절이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 회피능력이다. 운전할 때 주변을 잘 살피는 것과 비슷하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트러블메이커를 피하려면 늘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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