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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28. 2024

내가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안돌아가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괴팍한 사람들

 시대가 변했지만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지분을 소유한 주요 주주 혹은 오너일가와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직장인은 그냥 월급쟁이다. 경영과 운영 전반을 결정하는 임원진이 아니고서야 사람 하나쯤 없어도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 업계에 같은 일은 하는 사람은 널려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전문경영인이든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든 모두 회사와 계약된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창립자나 오너조차 지분매각이나 합병을 통해 본인 손으로 기업을 정리하기도 한다. 회사와 생사고락을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자기가 회사의 중심이라는 과대망상에 빠진 허풍쟁이의 말은 궤변에 불과하다. 그들이 없어도 회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허풍과 허세는 증명할 수 없다. 자화자찬은 본인의 능력으로 넘을 수 없는 까마득하게 높은 벽이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생각 없이 내뱉은 만큼 허세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벽은 언젠가  처참하게 내 위로 무너져 내린다. 마구잡이로 쏟아낸 말은 입을 떠나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결국 욕망과 허영심으로 만든 말에 짓눌려 허풍이나 늘어놓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자기 자랑이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의미한 자랑질을 멈출 수 없다. 본인이 회사의 중심이자 미래의 기대주라는 허풍을 진짜로 믿고 있어서가 아니다. 허풍과 허세를 빼면 본인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본인 입으로 내뱉는 자랑은 관심받고 싶다는 표현이다. 모두가 나를 주목해 주고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관심과 애정은 소통으로 형성되는 친밀감에서 비롯된다. 평범한 사람들은 관계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인정과 지지는 긍정적인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산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본인을 회사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인간적인 면이 보이지 않는다.


 허풍과 자랑만 일삼다 보니 정작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낼만한 기회가 없다. 대화에 있어서 공감할 만한 소재가 없으므로 친밀감을 쌓는 정서적인 교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화자찬을 반복할수록 사람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평가는 언제나 남의 입에서 나올 때만 신빙성을 확보한다. 자기 입으로 내뱉는 본인에 대한 평가는 자화자찬의 꼬리표를 뗄 수 없다. 회사의 중심을 자처하는 허풍쟁이는 본인이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주 늘어놓는다. 미사여구를 제외하면 조사 밖에 남지 않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시간만 빼앗는다.


 실력과 평판은 성과로 획득하는 것이다. 결과로 증명 한 적 없는 역량을 아무리 포장한다 해도 업적이 될 수는 없다. 제 입으로 내뱉는 자랑은 잘해봐야 무용담이고 못하면 허언증이 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이미지는 엉망이 된다. 물론 자화자찬을 실력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도 있다. 이들은 열정과 건강을 갈아 넣어서 성과를 쥐어 짜내는 뜨거운 일개미가 된다.


 허풍쟁이는 쓸모가 없지만 정열적인 일개미는 회사에 도움을 준다. 확실하게 1인분 이상 해주므로 동료들에게 짐이 될 일도 없고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라 관리자 입장에서도 든든하다. 사회성이나 성격은 개인차가 있지만 업무에 한정한다면 자기 할 일은 잘하는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열정의 방향성이 잘못되면 결국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뒤틀린 일 개미는 대외적으로 본인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일한다.


 모두가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 주기를 바라는 관심과 지지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큰 편이다. 그래서 작은 성과를 내도 주변에 대단한 일처럼 광고를 하고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은 내용까지 떠벌린다. 본인 입으로 내뱉은 말을 증명하기 위해 거의 모든 시간을 노동의 재료로 소모한다. 그러나 개미들은 성과가 노력이 별개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평범한 사람의 노력은 적당한 성과로 돌아오지만 압도적인 능력자의 노력은 눈부신 업적을 만들어낸다. 똑같은 시간을 일해도 남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은 비교 불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당연히 일개미와 능력자의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랑이 일상이 되면 스스로에게 도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에 가까운 착각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능력자의 등장과 함께 착각은 박살이 나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력으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와 수준을 본인도 알고 있지만 인정하지는 않는다. 인생을 갈아 넣는 업무 속으로 도피를 선택하거나 끝까지 현실을 외면하면서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허풍과 허세를 포장하면서 만든 이름표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나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회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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