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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pr 11. 2024

리더는 책임감보다 사명감이 필요해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악한 사람들

 발전하지 못하는 집단이나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는 대체로 역량이 부족한 리더가 붙어있다. 아무리 팔방미인형 직원들이 많아도 그들은 결정권이 없다. 직원들은 그저 본인업무를 수행하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서 에이스가 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재량권이 주어질 뿐 결정권은 없다. 미래의 성장을 견인할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기획해서 실행하는 결정권은 오직 리더의 몫이다.


 조직의 우두머리에게만 허락되는 권한은 집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결정하는 유일한 권력이다.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리더가 방향성을 상실하면 집단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회사를 굴리는 원동력은 사원들에게서 나오지만 핸들을 잡는 사람은 리더뿐이다. 변화하는 업계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본인 판단만 앞세우다 사업을 말아먹는 리더는 답이 없다. 이런 리더가 오너라면 배는 언젠가 가라앉거나 시련이라는 암초에 충돌하게 된다.


 고집과 신념의 차이는 결과에서 드러난다. 한 번의 성공에 도취해서 같은 시도만 반복하는 리더가 있는 회사의 성장곡선은 꾸준히 우하락 한다. 천천히 가라앉는 배를 보고 눈치 빠른 사원들은 하나 둘 도망친다. 리더에게 외부의 크고 작은 변화를 읽는 능력이 없다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 안일하게 남뒤꽁무니만 쫓아가려는 무능한 안목을 가졌다면 상황에 맞는 제대로 된 결정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제 때 결정하지 못하면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문제만 키우다 위기에 봉착한다.


 책임감을 상실한 리더는 집단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멋대로 일을 벌여서 직원들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나 몰라라 하거나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한 큰 피해를 떠넘기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지인 회사의 한 부장은 본인이 사고를 치고 수습을 위해 직원들을 갈아 넣었다. 동원된 직원들은 기존 업무도 제대로 못할 만큼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가까스로 위기를 겨우 넘기게 되자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분기 내내 사고처리에 동원된 직원들은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잘못된 선택은 혼자 하고 실패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고통분담 시키는 리더는 최악이다. 여기다 정치질이 더해지면 꼬리 자르기를 통해 무고한 희생양만 나온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자리를 보전하고 할 일을 충실하게 수행한 사람은 죄인이 된다. 무능한 직원은 동료들을 힘들게 하지만 무능한 리더는 집단 전체를 힘들게 만든다. 전자가 발목을 잡는 덫이라면 후자는 생존이 불투명해지는 지뢰밭이다.


 덫은 의도적으로 조심하고 피할 수도 있지만 후자는 방법이 없다. 집단에 속해 있는 이상 한 번은 밟고 지나가야만 한다. 리더의 결정권에서 자유로운 직원은 없다. 결정권자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능한 판단과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 불러오는 참사는 구성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를 잡은 리더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선원들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집단의 리더는 책임감을 넘어 사명감을 가져야만 한다.


 직원들은 1인분을 제대로 해내는 책임감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리더는 다르다. 권한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집단은 순식간에 위기에 직면한다. 리더는 본인이 무너지면 집단 구성원 모두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사명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높은 자리에 앉으면 언제나 무거운 책임이 따라온다. 대우받고 권한만 누리면서 사명감을 도외시한다면 회사는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쇠퇴한다. 그러나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리더는 드물다.


 능력이 뛰어난 상사는 많지만 사원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황이 다르면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인해 입장의 차이가 생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의 상황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나와 같은 집단에 속해있다는 동질감 혹은 연대의식이 없으므로 사명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장 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사람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는 폭군이 되거나 방관자가 된다.


 권한을 칼처럼 휘두르면서 본인의 사익만을 추구하거나 사원들이 어찌 되든 무관심하게 자기 할 일만 신경 쓴다. 어느 쪽 되든 오래 다닐 만한 회사의 조건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노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이상적인 일터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대접을 해주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명감을 갖춘 리더는 흔하지 않으므로 최소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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