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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pr 08. 2024

직장인을 위한 좋은 화법과 나쁜 화법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괴팍한 사람들

 말이 많으면 말실수도 많고 정작 들을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꼭 필요한 말만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쓸데없이 말이 많은 타입이라면 정말 피곤하다. 관리자나 상사가 말이 많으면 회의는 늘 단거리가 아니라 진 빠지는 마라톤이 된다. 궁금하지 않은 내용을 쉴 새 없이 떠드는 쪽도 고역이지만 훈수나 간섭은 최악이다.


 한국 사회에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나름 가까운 사이고 회사에서 선배니까 간섭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제외한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당연한 사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얼굴 보는 사이라도 회사사람은 엄연히 남이다. 말을 하는 사람은 생각 없이 쉽게 뱉지만 정작 듣는 사람은 힘들다. 물론 이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모른다.


 본인의 발언이 간섭이나 훈수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줬다고 착각하거나 멋대로 할 말을 쏟아내고서 개운해한다. 말 많은 사람들에게서 조심해서 말하려는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맘대로 말하고 멋대로 내뱉다 보면 결국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 좋은 의도였다는 변명을 내세우면서 합리화한다. 본인의 말실수를 사과하려는 생각 자체가 없다.


 듣는 사람에게 태도를 거론하면서 핀잔을 주기도 한다. 좋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오픈마인드 같은 단어를 늘어놓는다. 듣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유는 애초에 상대방을 존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무례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된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상대방의 상황을 배려하는 태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말조심하는 습관은 상식이자 예의다.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공감능력과 사회성 그리고 대인관계기술은 모두 말하는 습관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퍼붓는 태도는 부족한 사회성을 반증한다.


 배려심 없는 언어습관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미지나 평판도 나빠진다. 말을 함부로 하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늘어나다 보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유형이 나뉘게 된다. 전자는 의사소통 과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려고 노력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말을 길게 하지도 않는다. 필요한 내용만 전달하고 참여해야 할 대화와 빠져야 할 대화를 구별할 줄 안다.


 본인에게 맞는 대화 상황을 파악하는 판단력은 높은 공감능력에서 비롯된다. 대화참여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적재적소에 맞는 조언은 상대가 필요로 할 때만 아주 간결하게 표현한다. 어린 직원들에게 모르는 것들은 물어볼 줄도 안다. 체면을 내세우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므로 대화에 문제가 없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말과 행동에 신경 쓰지 않는다. 사소한 몸가짐을 신경 쓰기보다는 위치에 걸맞은 권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보다 낮은 사람들이 나에게 알아서 맞춰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말투는 늘 명령조인 데다 단정적인 표현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사과하는 일도 없다. 사람을 습관적으로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에 간섭이 많다.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일에 사사건건 훈수를 두는 데다 말도 정말 길게 한다. 그렇게 하면 자기 말을 잘 듣고 반성하고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직원들의 존경과 지지는 직급이 아니라 언행일치와 솔선수범하는 품행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말은 사람의 인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창이다. 커다란 유리 위에 비친 내면의 풍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말은 적게 할수록 좋다. 간결할수록 확실하고 간단할수록 명확하다. 말을 길게 늘일수록 전달하고 싶은 핵심은 흐려진다. 무엇보다 적게 말해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잘 들으려면 말을 줄여야 한다. 상대방보다 덜 말하고 더 많이 듣는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마디 더 하려는 상사보다 한 마디로 끝내는 상사가 좋다. 말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호감도는 반비례로 낮아진다. 말로 간섭하고 훈수 두는 것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쪽이 낫다.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최고의 소통기술은 꼭 필요할 때만 말하는 것이다. 꼭 말해야 한다면 짧고 정확하게. 간단한 것이 최고다. 말은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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