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양말

by 김태민

조깅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양말은 짝짝이로 신었다. 색깔은 똑같은 회색이었지만 하나는 민무늬였고 다른 하나는 발목에 나이키 로고가 붙어있었다. 양말은 늘 한 짝만 사라진다. 남은 양말은 버리지 않고 주로 조깅할 때 신는다. 어차피 조거팬츠를 입으면 양말은 보이지 않는다. 새벽에 공원 트랙을 달리는 나를 유심히 볼 사람도 없다.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을 다시 찾았던 적은 없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양말은 증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이 묘연해진다.


어렸을 적에는 양말 한 짝만 훔쳐가는 양말도둑이 있다고 믿었다. 양말이 사라지는 별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저 사라질 때가 된 것뿐이다. 어차피 인간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면서 산다. 떠난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상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별에 서사를 덧붙인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때 비로소 현실이 보인다. 늘 그랬듯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내 몫이다. 한 짝만 남은 양말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을 수도 있고 짝짝이로 신을 수 도 있다.


기회는 늘 선택에서 비롯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내게는 많은 것들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여전히 남아있다. 잃어버린 것들을 세지 않고 남은 것을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 엇갈린 인연이나 지나간 기회는 내 것이 아니었을 뿐이다. 어떤 이유든 간에 과거를 후회하거나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렸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뜻대로 되는 것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인다. 그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다녀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었다. 비웃거나 조롱하는 사람 역시 본 적 없다. 밑단이 발등까지 내려오는 편한 트레이닝팬츠를 입으면 양말은 드러나지 않는다. 발목까지 보이는 조거팬츠를 입는다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훈수나 참견을 보태고 싶은 사건이 아니라면 남은 언제나 시야 밖에 있다.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양말 한 짝이 사라지면 짝짝이로 신으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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