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밤

by 김태민

잠들기 전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날숨이 새하얀 입김으로 변했다. 한파가 다시 찾아온 느낌이었다. 직감적으로 꽃샘추위가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날씨는 한겨울처럼 춥지만 겨울의 끝에 도달했다. 꽃샘추위는 겨울이 보내는 작별인사다. 오늘 밤하늘이 유난히 맑다. 소금알갱이 같은 별이 빛나는 모습이 참 예뻤다. 봄은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추위가 물러가고 날이 풀리면 머지않아 봄비가 내릴 것이다.


봄은 빠르게 지나간다. 벚꽃이 만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꽃비가 내린다. 하얀 꽃잎이 쌓인 길 위를 걸을 때마다 나는 짧은 봄을 늘 아쉬워했다. 겨울과 여름 사이에 끼어있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계절. 가을은 전보다 좀 더 길어진 것 같지만 봄은 갈수록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올봄은 작년보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3년간 이어졌던 코로나 이후로 봄이라는 계절이 갖는 의미가 각별해졌다. 봄이 되면 잃어버렸던 소중한 물건을 고생 끝에 되찾은 느낌이 든다.


찬바람이 코 끝을 스쳤다. 익숙한 겨울냄새가 났다. 공기를 한 껏 들이마셨다 뱉어냈다. 입김은 안개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창문이 흔들릴 만큼 바람이 세게 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옆으로 가지런하게 쓸어 넘겼다. 까만 어둠 속에 서있는 공원의 나무들이 천천히 리듬을 탄다. 메마른 가지가 바람에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2월의 마지막 날에 겨울은 조용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달이 숨은 밤하늘 위로 가느다란 별빛이 내리고 있다.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렸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이 지나면서 달력 앞자리가 3으로 변했다. 한동안 일교차 큰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절기상으로 3월이면 봄이다. 2월은 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해마다 이맘때면 3월부터 제대로 해보자는 늦은 새해결심을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면 쌓여있는 책을 읽고 밀린 글부터 써야겠다. 그리다 만 그림 몇 점도 이번주에 완성해야겠다. 게으름을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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