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털다

by 김태민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들 때면 원인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간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방안 공기를 환기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잠시 쉰다. 기분은 말 그대로 그냥 기분일 뿐이다. 털면 그만이다. 울적한 기분을 만드는 구체적인 원인은 없다. 이유를 찾으려고 머리를 굴리다 보면 피곤해질 뿐이다. 늪에 빠진 발목을 움직이려고 하면 더 빨리 가라앉는 것처럼 감정이 내면을 물들인다. 안 좋은 감정에 사로잡히면 좀처럼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반나절을 통째로 날리거나 소중한 저녁시간을 허무하게 소진한다.


걱정이나 고민은 직접 나서서 움직이면 대부분 해결된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생각이 길어질수록 용기는 줄어든다. 우울한 감정도 비슷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음은 이름표가 없다. 시간만 잡아먹고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다. 집에 틀어박혀서 우울감에 젖은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감정에 휘둘리는 일이 빈번하게 이어지다 습관이 되면 결국 기복이 심한 사람이 된다. 기분은 일시적이지만 습관은 체질이다. 단단히 들러붙은 버릇은 떼어내는 일은 정말 어렵다. 기분이나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복잡한 감정에 사로 잡힐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낫다. 사람도 동물이다. 본능적인 감각은 단순함을 통해 활성화된다. 문제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반응하도록 훈련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 곧장 밖으로 나간다. 환한 햇빛을 쬐거나 바람을 쐰다. 바깥 날씨가 엉망이라면 카페에 간다. 장소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다. 무기력이나 공허감이 내면을 파고들 때는 몸을 움직인다. 호흡이 가빠질 때까지 트랙을 달리거나 한 시간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내면의 위기신호를 머리가 감지하면 몸은 곧바로 움직인다. 잘 길들여진 동물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감정의 결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이 변하면 얼마든지 달라진다. 기분이나 감정은 그릇형태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물과 같다. 희로애락으로 단순하게 구분하지만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인간은 모두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감정이나 기분은 이 과정에서 비롯되는 부산물이다. 섬세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내면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품고 있다. 물이 흘러넘치려고 할 때는 더 큰 그릇으로 옮겨 담으면 된다. 감정에 지배당하거나 기분에 휘둘릴 필요 없이 배경이나 환경이라는 그릇을 교체하면 된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해법은 단순함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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