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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29. 2024

잠수 타는 인간

 사람은 소유물이 아니다. 그리고 관계는 계약이 아니다. 대인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힘은 신뢰다. 소유하려고 애쓰고 통제하려고 발버둥 칠수록 인간관계는 빠르게 망가진다. 함께 보낸 시간이 관계의 버팀목이 되어줄  같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다.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실망이 누적된다. 쌓이게 되면 머지않아  무너져 내린다.  

신뢰를 깨뜨리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갑자기 사라지는 인간이다. 방식은 여러 가지다. 연락을 받지 않고 잠수를 탄다거나 핸드폰 번호를 바꾸기도 한다.


 카톡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는 사람도 해당된다. 이런 행동을 일삼는 인간은 신뢰할 수 없다. 감정에 지배당하면 멋대로 행동하고 맘대로 저지른다. 뒤늦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이유를 늘어놓지만 결국 변명일 뿐이다.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무례하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존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에 신경 쓰면서 본인을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지만 내면은 오만하고 이기적이다. 가족사회가 붕괴되고 집단의 구속력이 약해지면서 얄팍한 인간관계는 이제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차단과 손절 그리고 환승 같은 단어가 대인관계를 설명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에게 기대를 걸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예전보다 확실히 크게 줄어들었다. 다들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생활을 한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고 손익에 따라 관계를 맺는 영악함은 처세술로 인정받는다. 비인간적인 인간에게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인간적인 찬사가 붙는 시대다. 세상은 점점 더 파편화되고 갈수록 비정해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잘라내고 돌아보지 않는다. 알아차리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면서 멀어진다.


 짐승과 인간은 공감할 수 없지만 교감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함께 깊이 있는 감정을 나누지만 쉽게 돌아설 수도 있다. 믿음이 사라지면 진심은 온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어떤 명분으로도 금이 간 신뢰를 다시 이어 붙일 수는 없다. 말없이 등을 돌린 사람은 남보다 못한 남에 불과하다. 정상참작의 여지는 없다. 말로 해서 들을 사람은 잘못을 하더라도 상식적인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는 사람과 대화해 봐야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


 가족은 평생 동안 함께 한다. 친구는 서로의 옆자리를 지킨다. 철새처럼 떠났다 때가 되면 기분 나쁜 비구름처럼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 잠깐 머물다 영원히 멀어지는 이방인일 뿐이다. 가까워질 수도 없고 거리를 좁힐 수도 없다. 인연이 아니라면 눈길을 돌리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다. 미련은 사람을 미련하게 만들고 욕심은 늘 후회로 이어진다. 사람에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가면서 집착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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