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갈 때나 수원으로 내려갈 때나 늘 집 앞에 있는 명학역을 이용한다. 지은 지 오래된 역사라 여기저기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람이나 건축물이나 똑같이 나이를 먹는다. 안양8동에 거주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처음 이사 올 때 10대였던 나는 곧 불혹을 앞우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명학역은 낡았지만 내게는 친숙하고 편안한 곳이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쭉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래서 변하지 않은 것들을 볼 때면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한 번씩 늦은 밤에 명학육교 위에서 명학역을 내려다본다. 환하게 불이 켜진 플랫폼 사이를 오가는 경부선 열차와 1호선 지하철을 바라본다. 조금 늦거나 빠를 뿐 운행시간표를 벗어나는 이변은 없다. 일상이 모여 인생을 형성하는 것처럼 반복이 누적되다 보면 법칙이 된다. 법칙은 일상을 이탈하지 않는다. 기차 엔진소리가 무거운 밤공기를 헤치고 지나간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공허하고 자조적인 기분에서 벗어나게 된다. 때로는 직설적인 위로나 현명한 조언보다 익숙한 일상 속 풍경이 더 큰 힘이 된다.
벚꽃 만개한 4월이 되면 명학역에 꽃비가 내린다. 명학 육교 위에 있는 왕벚나무 세 그루는 바람 곁에 꽃잎을 실어 보낸다.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하얀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스크린도어가 닫힐 때 꽃잎 몇 장이 열차 내부로 들어오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 깃든 아름다운 순간이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면서 향유하는 것이다. 달력 한 장을 넘겼더니 이제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일주일만 지나면 환한 햇살 아래 내리는 봄날의 눈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1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에 익은 풍경들이 나를 반겨준다. 익숙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늘 같은 자리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야구는 집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라는 영화 미스터고의 대사를 좋아한다. 역은 야구의 홈베이스 같은 곳이다. 역은 떠나는 설렘과 돌아오는 안도감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출퇴근하는 시절에 는 미처 몰랐던 감정을 글을 쓰면서 떠올려봤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흔한 일상들이 모여 삶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