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양사람

진동

by 김태민

상록지구 재개발은 해를 넘기면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철거가 끝나자 동네를 감고 있는 산등성이가 훤히 드러났다. 한동안 폐기물트럭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요즘은 공사를 하면서 나오는 흙을 옮기는 덤프트럭이 자주 보인다. 도로 주변의 건물을 해체하느라 가설한 비계도 대부분 정리됐다. 건설기계를 동원하다 보니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진동이었다. 굴착기나 굴삭기 때문인지 실내에서 여러 번 큰 진동을 느꼈다. 책상이나 식탁이 흔들리는 데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영 불안하게 들렸다.


공사현장은 도로 건너편이다. 좁은 2차선 도로다 보니 집에서 공사장까지 거리는 불과 100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성결대학로를 끼고 안양8동은 완만한 경사로 위에 다세대 주택이 죽 늘어서있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된 구축 빌라들이 다닥다닥 도로 옆에 붙어있다. 아마 다른 집에서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진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은 참았지만 오늘 천장에서 작은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더는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진동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기록을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안양시민원센터로 전화를 걸자 재개발 관련 부서로 전화를 돌렸다. 거기서 다시 구청에 있는 관계자 연락처를 안내받았다. 번호를 두 번이나 안내받고 나서 담당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차분하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공사장 내 진동 및 소음측정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해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100채가 넘는 건물을 밀고 산을 깎아낸 다음 그 위로 2000 세대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중이다. 분진이나 소음 그리고 진동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공사로 인한 피해발생 안내와 협조를 구하는 사전작업은 없었다.


공사초기부터 마음이 영 놓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지반공사가 끝나고 착공이 시작되면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칠지도 모르겠다. 분노와 불만은 누적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공사로 인해 작은 동네가 여러모로 시끄러워질 것 같다. 낡은 동네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재개발로 인해 번잡스러워진다. 어렸을 적 살았던 덕천마을이 그랬듯이 상록마을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8동에 20년 넘게 살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재개발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부디 별 탈 없이 별문제 없이 공사가 끝났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명학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