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by 김태민

식사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본능적인 힘을 갖고 있다. 서로 마주 보고 같은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다. 문명을 이루고 사회를 만들기 전의 인간은 야생에서 살았다. 수렵과 채집을 통해 하던 인간에게 식사는 생존과 직결되는 행위였다. 한 끼를 먹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식사는 안전한 곳에서 들짐승이나 적을 피해서 이뤄지는 비밀스러운 의식과 같았다. 내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함께 음식을 나눠먹을 수 없었다. 식사는 신뢰와 직결됐다. 경험은 본능이 되어 유전자를 통해 후대로 이어졌다.


식사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계성을 드러낸다. 마음이 통하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 먹는 밥은 언제나 맛있다. 콩 한쪽을 나눠먹어도 마주 보고 즐겁게 웃을 수 있다. 어디서 어떤 음식을 먹든 추억이 되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불편한 사람과 먹는 한 끼는 고역이다. 비싸고 귀한 음식을 대접받아도 풍미와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미각은 감각이지만 생각이상으로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마음이 편해야 맛도 더 잘 느껴진다. 행복한 식사의 가장 큰 조건은 함께 먹는 사람과의 관계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나누는 한 끼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축복과 같다. 행복은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좋으면 그만이다. 식탁을 두고 마주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면서 식사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을 극적인 순간으로 바꾸는 마법은 사소하고 단순한 행복에서 비롯된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밥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매일 먹는 흔한 한 끼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같이 밥 먹는 사람의 친밀감도 맛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컵라면을 끓여 먹어도 혼자보다 둘이 좋고 싸구려 과자에 캔맥주를 나눠마셔도 여럿이 더 즐겁다. 혼자 때우는 끼니보다 함께 나누는 식사가 좋다. 홀로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즐기는 미식생활은 잠깐이다. 고독한 미식가는 결국 고독한 사람일 뿐이다. 혼자 먹는 식생활에 익숙해져도 한 번씩 외로움과 직면하게 된다. 드라마나 예능을 틀어놓고 유튜브를 보면서 먹는 밥은 별다른 맛이 없다. 입 속으로 욱여넣는 음식은 특별함이 없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음식을 먹다 보면 식사가 아니라 그저 끼니를 때운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혼자 밥을 먹다 생각나는 사람도 있다. 따뜻한 한 끼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다. 음식을 나눌 때 우리는 마음을 함께 나눠 갖는다. 가족과 연인 친구 모두 더운밥을 같이 나눠 먹는 사이다. 밥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먹어야 제맛이다. 따뜻한 밥이 그립다는 말은 사람이 그립다는 말과 같다. 식사는 주린 배뿐만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행위다. 사람이 주는 온기가 감정을 위로하는 것처럼 때로는 같이 먹는 밥 한 끼가 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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