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밖의 승자들

스포트라이트가 없어도 빛나는 노력

by 김태민

스포츠뉴스의 끝은 언제나 명경기의 하이라이트로 꾸며진다. 멋진 음악과 함께 재생되는 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는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순간임에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주는 짜릿함이나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편을 잡아내는 선발투수의 위엄은 흥분과 감동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클로즈업을 통해 화면으로 보이는 자신감에 가득 찬 에이스의 얼굴은 승리에 대한 약속이다. 승기를 잡은 결정적인 순간은 몇 번이고 반복재생 되어 팬들의 뇌리에 승리의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하이라이트 영상 속에는 짜릿한 승리의 순간이 보존되어있다. 구단과 팬들 모두의 희망인 스타플레이어가 이름 그대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다만 그 눈부신 후광에 가려 승리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한 많은 이들의 모습은 포커스에서 곧잘 제외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진 에이스라고 해도 단독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는 없다. 팀워크는 야구의 기본임과 동시에 핵심이다. 에이스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되기 위해선 다른 포지션을 맡은 여러 선수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4번 타자의 만루 홈런이 나오려면 테이블세터들이 묵직한 투구를 쳐내고 앞으로 전진 해야만 한다. 득점을 허용하지 않는 선발투수의 플레이는 내야외야를 둘러싼 빈틈없는 방어진이 있을 때 수월해진다. 에이스와 스타플레이어의 감동적인 플레이는 결국 본인의 능력과 더불어 팀원 모두의 완벽한 역할수행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승리에 대한 경기기여도는 선수들 모두 다르겠지만 승리가 확정되는 결정적인 순간은 모두의 노력에 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만, 승리를 위해 쏟은 모두의 노력은 분명 값진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 다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기든 MVP는 언제나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사실 한 가지. MVP는 반드시 승리한 팀에서 나온다. 승자 중의 승자가 아니라 승자 중 한명인 것이다.

승리는 그 자체로 노력의 가치를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다. 피와 땀을 흘려가며 쟁취한 승리는 땀 흘린 선수들 모두의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승리자는 충분히 아름답게 빛난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둘러싸여 마음껏 기뻐할 수 있는 선수는 MVP가 아니어도 이미 주인공이다. 쏟아 부은 노력이 만들어낸 승리의 기쁨은 크기를 비교당할 필요가 없다. 하이라이트 영상 속에 얼굴이 담기지 않았다 해도 승리자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것보다 못한 것들을 끌어와 뽐내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고 내 것보다 빼어난 것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승리의 본질이며 승자에게 비교가 필요 없는 이유가 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든 못 받든 승자는 모두 빛이 난다. 연승이든 첫 승이든 노력 끝에 달성한 승리는 항상 아름답다.

전통의 강자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최약체로 평가 받던 팀이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스포츠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승부 속에서 승패는 득점을 주고받는 것처럼 단지 반복되는 것이다. 이겼다가도 지고 졌다가도 이기는 것이 승부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반복 속에서도 노력만큼은 언제나 새롭다.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빛나는 승리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만들어낸 가능성의 결과물과도 같다. 그러므로 노력을 쏟아내며 전력을 다한 모든 이들은 주인공이며 동시에 승리자다.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 속에 등장하지 않아도 승자를 향한 박수와 찬사는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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