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봄의 시작

스무 살은 인생의 가장 찬란한 봄날을 산다

by 김태민

겨울날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짧은 낮과 긴 밤.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싸락눈. 한 해의 시작을 알리던 신정이나 2월의 첫날이나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겨울의 초입이었던 12월에 비해 조금씩 해지는 시간이 늦어지는 걸 보면 느린 속도지만 봄이 오고 있는 모양이다. 찬바람을 피해 햇살 아래로 걷다가 졸업식 꽃다발을 파는 꽃집 앞을 지났다. 풍성한 꽃다발을 들고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축하와 인사를 나누며 졸업하는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3월이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입학식도 치른다. 졸업은 끝이 언제나 시작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메타포의 역할을 수행한다.

익숙한 노래와 함께 아이들을 향해 쏟아지는 박수는 축하와 동시에 낯선 시작을 격려하는 응원이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응원과 축하 그리고 격려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주인공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결과물을 받아든 아이나 유종의 미라는 말로 위로와 격려를 받는 아이나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오지선다의 답안지가 아닌 현실에 투영할 수 있는 자유. 불안과 불확실 속에서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청춘을 받아든 아이들은 모두 다 빛이 난다. 학교에서 더 큰 사회로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삶의 험난함이나 현실의 비정함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똑같은 청춘의 모습은 없다. 나와 전혀 다른 풍경의 젊음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고와 조언이 아닌 따뜻한 신뢰와 격려다.

삶은 텅 비어있는 스케치북이다. 잘못된 선택과 아쉬움들로 얼룩진 하얀 종이를 깨끗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의지와 늦지 않았다는 용기만 있다면 판을 뒤집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젊음의 출발선에서 시작된 격차는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고 청춘은 지난날이나 남은 날이나 언제나 여전히 봄날이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계절이므로 좌절하고 때론 절망하더라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은 비참해지지만 지난날과 현재를 비교하며 의지를 다지는 사람은 비상한다. 언제나 남들처럼 남들만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가지지 못한 것 잃어버린 것을 세지 말고 본인에게 남아있는 것을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와 좌절은 누구나 겪는다. 다만 재기와 도전은 강인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다. 마음이 강하다면 신념이 지지 않는다면 삶은 언제나 기회를 향해 열려있는 문이다.

혹시나 남들보다 조금 많이 늦는다고 해서 크게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저마다의 꿈과 목표가 다르듯 삶의 결승점 또한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스스로가 정말 원하는 목표를 결승점으로 삼아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면 남들보다 늦은 몇 년의 시간은 지혜를 품은 삶의 경험치가 되어준다. 인생에서 처음부터 결정된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살아가며 선택하고 노력하면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월등하게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것들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결정된 것들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 저항하고 대항하면서 상황을 뒤집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가 젊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몸에 꼭 맞던 교복을 벗고 나면 아이로서의 삶은 이제 끝난다. 하지만 끝은 언제나 시작에 맞닿아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 청춘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모든 이들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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