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된 지 한 주가 지났지만 한낮은 여전히 한여름이다. 어제 최고기온은 32도였다. 오늘은 33도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사방에서 열기가 굶주린 이리처럼 맹렬하게 달려든다. 티셔츠는 고작 5분 만에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올여름은 유난히 길다. 그칠 줄 모르는 폭염에 시달리면서 사람들은 다들 녹초가 됐다. 인사 대신 덥다는 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9월이 됐다. 8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간신히 버틴 것 같다. 하지만 여름은 아직 작별인사를 고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종잡을 수 없는 여름날씨는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 금요일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연한 회색 구름과 함께 찾아온 부슬비는 오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핸드폰 화면 속 일기예보에서 비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여름 내내 도깨비소나기를 자주 만났다.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늘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 예측할 수 없을 때 남는 선택지는 대응뿐이다. 세차게 내리다 갑자기 사라지는 유령 같은 소나기를 볼 때마다 신기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열대지방의 스콜 같았다. 습도와 열기가 감도는 비 내린 도시의 풍경은 홍콩이나 호찌민을 닮은 것 같았다. 한국도 참 많이 변했다.
늘 똑같아 보이는 상수도 시간이 지나면 변수 앞에서 달라진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이제 사진 속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표현이 됐다.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늘어났다. 폭염과 혹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땡볕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맑은 날에도 우산을 들고 다닌다. 열대야가 일상이 되면서 매미는 낮보다 밤에 더 크게 운다. 겨울이 되면 서울과 경기도의 기온은 가끔씩 모스크바보다 더 낮게 내려간다. 그러다 예고도 없이 날이 풀리면서 눈대신 겨울비가 하루종일 쏟아진다.
날씨와 경제 그리고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예측이나 예상은 대부분 빗나가버린다. 늘 제멋대로다.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다 보면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이변 앞에서 우리는 적응하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다. 대체로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선택지는 양자택일이다. 다들 생활수준에 맞는 적당한 해법을 골라서 산다. 저마다 방식이나 양식은 다르겠지만 버틴다는 점은 동일하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내일모레 최고기온은 35도로 예정되어 있다. 혹독하다고 해도 어쨌든 계절은 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