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입구에 서있는 무인반납기에 하나씩 집어넣었다. 텅 빈 가방을 들고 나는 곧바로 관외대출실로 향했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도서관 내부는 한산했다. 책장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는지 살펴봤다. 직관도 주관이다. 우연히 찾은 책에서 감동과 즐거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직감을 발휘해 보기로 했다. 눈이 가는 대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책을 골랐다.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서늘한 분위기의 스릴러 물에 손길이 닿았다.
책장 맨 아래 칸에서 구시키 리우의 <타이거>를 꺼냈다. 강렬한 표지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책 소개와 설명을 건너뛰고 첫 장을 펼쳤다. 그 순간 작은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풀색인 도서관 바닥과 대비를 이루는 주황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 명함처럼 보이는 종이의 정체는 쿠폰이었다. 카페 이름이 들어간 쿠폰 뒷면에 커피잔 모양의 도장이 잔뜩 찍혀있었다. 하단에 는 쿠폰을 채우면 음료 한 잔 무료라는 작은 글씨가 인쇄되어 있었다. 도장을 스무 개 가까이 채웠지만 막상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쓴 적 없는 커피쿠폰은 왜 책장 사이에 들어간 것일까?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수께끼는 추리소설보다 더 현실적이다. 갑자기 진상을 알고 싶어졌다. 일단 책갈피 용도로 끼워 넣은 것 같지는 않았다. 사용한 쿠폰이라면 지갑이나 파우치에서 꺼내서 버렸을 것이다. 굳이 책에다 끼워 넣을 이유는 없다. 어쩌면 책을 읽다가 지갑정리를 하면서 우연히 떨어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미 사용한 쿠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빌린 책에 사이에 일부러 끼워서 버릴 만한 이유가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추리소설을 봐도 그렇다.
카페 이름을 지도앱에서 검색해 봤다. 작년 봄을 끝으로 리뷰나 평점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로드뷰로 화면을 전환했다. 카페자리에 다른 점포가 영업 중이었다. 결말이 나왔다. 도장을 열심히 모았지만 카페는 폐업해 버렸다. 쿠폰소유주는 책을 읽다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아마도 지갑에서 꺼내 도장 개수를 세어보지 않았을까? 잠시 아쉬워하다 금세 핸드폰으로 눈길을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무음모드가 아니라면 인스타나 카톡 알림은 수시로 온다. 그리고 답장할 때 두 손을 사용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쿠폰은 책장 사이에 놓이게 되고 책을 덮고 나서 잊어버렸을 것이다. 커피쿠폰의 미스터리는 싱겁게 풀렸다. 나는 쓰레기통에 쿠폰을 던져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