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

고집을 버리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by 김태민

밀린 그림을 그리느라 낮밤이 바뀐 생활을 했던 지난 몇 주 동안 나는 아침식사로 오믈렛을 만들어먹었다.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기에 오믈렛은 밤샘 작업을 끝내고 먹기에 적합한 메뉴였다. 새벽 5시 졸린 눈을 비비며 작업실을 나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나면 나는 익숙한 동작으로 오믈렛을 만들기 시작한다. 신선한 달걀 4개를 냉장고에서 꺼내 그릇에 깨서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적당량의 우유를 부은 뒤 젓가락으로 2분 정도 휘젓는다.

달걀과 우유가 충분히 섞여 연한 노란색을 띄면 체에 한 번 거른 다음 약한 불로 달군 팬에 버터를 녹이고 붓는다. 반죽이 테두리부터 익기 시작하면 불을 중간 세기로 올리고 계란말이를 만들 듯 숟가락으로 바깥부터 뒤집어 접는다. 전체적으로 꾹꾹 눌러 모양을 만들어주면 오믈렛이 완성된다. 갓 만든 오믈렛을 그릇에 옮겨 담고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과 곁들여 먹고 나면 밤샘 작업을 마무리 하는 아침 식사가 끝난다. 아침마다 만들어먹은 오믈렛의 맛은 늘 만족스러웠지만 완성된 오믈렛의 모양은 예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모양을 잡으려고 귀퉁이를 꾹꾹 누르다보면 반대편으로 반죽이 밀려나와 오믈렛은 점점 길어지다 끝내 계란말이가 되어버렸다. 공을 들여 모처럼 예쁜 반달모양을 만들어내도 한 쪽 면이 연갈색으로 푹 익어버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계란말이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오믈렛이 만들기 쉬운 음식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 나는 요리사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친구는 오믈렛 레시피를 내게 보내주면서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라고 말했다. 나는 핸드폰 화면에 띄운 레시피를 보며 오믈렛을 만들었다.

달걀을 풀어 우유와 섞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체에 곱게 걸러 반죽을 만든다. 충분히 달군 팬에 반죽을 붓고 가장자리가 익으면 천천히 모양을 만들어준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레시피 그대로 따라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나는 예쁜 반달모양의 오믈렛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모양은 그럴싸했지만 불이 셌던 게 문제였는지 바닥이 갈색 빛으로 그을려버린 탓에 심술이 났다. 만들기 어렵다는 투정과 함께 오믈렛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실패작을 접시에 담아 꾸역꾸역 씹어 먹고 있을 때 친구의 답장이 왔다.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야해. 너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니까 요리를 만들 때 너만의 습관이 있을 거야. 그걸 버리고 그냥 레시피 그대로 거기에 있는 그대로 만들면 돼.” 메시지를 읽은 나는 친구의 레시피를 두어 번 더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러자 오믈렛을 만들면서 내가 잘못한 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반죽을 만드는 방법이나 불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오믈렛의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계란말이를 만드는데 익숙했던 나는 오믈렛을 반죽의 가장자리부터 접어가며 만들었다. 그러나 친구의 레시피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듯 팬 위의 반죽을 저어가며 익히라고 적혀있었다. 반죽을 계란말이처럼 돌돌 말아내면 안정적으로 모양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틀렸던 것이다. 익숙한 습관을 버리자 나는 처음으로 노랗고 예쁜 반달 모양의 오믈렛을 완성할 수 있었다. 팬 위에서 휘저어가며 익힌 반죽은 적당한 점성을 유지하면서 예쁘게 뭉쳐졌고 뒤집었을 때도 바닥은 그을려있지 않았다.

예쁘게 만들어진 오믈렛을 그릇에 옮겨 담은 나는 사진을 찍어 다시 친구에게 보냈다. 반쯤 먹었을 때 나는 짧은 답장을 받았다. ‘오믈렛은 정직한 요리.’ 노란 반달 모양의 오믈렛을 먹고 있자니 음식 앞에 붙은 정직함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몸에 익은 습관은 오랜 경험을 통해 획득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경우 이러한 습관은 문제를 쉽게 해결하게 만드는 경험지식의 역할을 한다. 특히 요리를 만들 때의 습관은 자신만의 비법으로 곧잘 활용된다. 라면을 삶을 때 쫄깃한 면발을 만들기 위해 면을 계속해서 들었다 놨다 한다거나 계란말이를 만들 때 숟가락을 사용해 모양을 잡아 주는 것은 습관에서 비롯되는 비법이다.

다만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때 이러한 습관은 고집이 되어 ‘정직한’ 레시피가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 방식대로 만든 실패한 오믈렛과 친구의 레시피로 완성한 예쁜 오믈렛의 결정적인 차이는 만드는 이의 마음가짐이었다. 익숙한 습관이 만든 고집을 버리고 기본에 충실한 정직함을 따라가는 열린 마음. 결과의 차이는 이렇듯 과정에 임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믈렛을 만들면서 얻은 이 작은 깨달음은 새롭게 만든 오믈렛의 부드러운 맛처럼 내게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밀려 있던 그림들을 모두 마무리한 나는 당분간 밤샘작업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예쁜 반달모양의 오믈렛을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도 며칠간은 아침식사로 오믈렛을 먹을 것 같다. 내일 아침에는 연한 개나리 빛깔의 잘 만들어진 오믈렛을 사진으로 찍어 친구에게 자랑해봐야겠다. 기본에 충실한 레시피 그대로 정직하게 만든 맛있는 오믈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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