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

by 김태민

아침식사로 와퍼 세트를 먹었다. 점심은 속죄하는 의미로 채소를 먹기로 했다.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냈다. 이틀 전 마트마감 세일 때 샀는데 아직 신선했다. 냄비에 불을 올리고 흐르는 물에 씻은 콩나물을 전부 다 털어 넣었다. 5분쯤 삶다가 마늘과 파를 썰어 넣고 국간장을 한 바퀴 두르면 콩나물국 완성이다. 하얀 쌀밥에 파기름으로 맛을 낸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첨가한다. 마지막으로 삶은 콩나물을 한가득 넣는다. 간장계란밥보다 많이 먹은 콩나물비빔밥이다. 빠르게 한 그릇을 비웠다. 익숙한 맛을 이길 만한 맛은 없다.


무난함이 탁월함을 이긴다. 요리를 하거나 반찬을 만들어 먹을 때 종종 생각한다. 혼자가 되면 밑반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늘 먹고살았던 밥반찬이 새롭게 보인다. 콩나물무침이나 콩나물국은 흔한 찬이다. 간단하게 뚝딱 만들 수 있지만 혼자 있다 보면 레토르트 식품이나 인스턴트에 자꾸만 손이 간다. 재료를 사다가 손질하고 만들어먹고 치우는 과정도 귀찮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익숙한 그 맛이 안 난다. 입맛도 길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손이 가더라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습관을 들이면 점점 좋아진다.


요리도 하다 보면 는다. 실력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주 만들어먹다 보니 꽤 먹을만해졌다. 어제는 다이소에 가서 반찬용기를 샀다. 어묵볶음, 두부조림, 콩나물무침을 같은 간단한 밑반찬을 만들어서 용기에 담았다. 밑반찬이 있으면 밥을 거를 일이 없다. 냉장고에 쟁여놓은 반찬을 보고 있으면 꼭 부자가 된 기분이다. 요리는 늘 성취감과 만족감을 준다. 음식을 하다 보면 잡념도 사라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안일을 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래서 요리를 더 자주 하게 됐다. 마트에 가면 세일코너부터 확인한다. 특가세일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보면 놓치지 않고 사 온다.


편의점 택배를 보내고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서 청경채를 샀다. 굴소스를 넣고 센 불에 빠르게 볶아먹으면 정말 맛있다. 저녁에 계란볶음밥을 만들어서 함께 곁들여먹어야겠다. 마음이 힘들 때는 먹는 둥 마는 둥하면서 대충 넘어갔지만 지금은 매 끼를 꼬박꼬박 다 챙겨 먹는다. 끼니가 아니라 식사를 한다. 밖에서 간단하게 때울 때도 있지만 적어도 하루에 두 끼는 꼭 밥을 차려먹는다. 그리고 가능하면 직접 만들어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식사에 대한 마음가짐은 삶의 의지와 직결된다. 식욕이 사라지면 의욕도 사라진다.


잘 먹어야 잘 산다는 표현은 진리다. 산다는 말보다 먹는다는 말이 앞에 나오는 이유가 있다. 잘 챙겨 먹으려는 의지가 있으면 더 잘 살고자 하는 의지도 따라온다. 입맛이 변덕스러운 날씨라면 식욕은 기후에 가깝다. 욕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변화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사막에 비가 내리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더 잘 먹고 좀 더 잘 살아봐야겠다. 5월 첫 주가 지났다. 봄도 끝물이다. 이제 여름을 앞두고 있다. 봄동을 사다가 무쳐먹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여름이다. 늦기 전에 제철 채소를 부지런히 사다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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