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명학공원을 지나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날은 더웠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분수가 보이는 광장 벤치에 잠시 앉았다. 시원하게 솟구치는 물줄기를 구경했다.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분수대로 뛰어들었다. 맑은 웃음소리와 투명한 물방울이 부딪히면서 눈부시게 반짝였다.
구름 한 점 없는 여름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분수는 꼭 영롱한 수정 같았다. 동네 금은방 진열장에 놓여있었던 커다란 수정이 떠올랐다. 잘게 부서진 물방울은 햇살과 만나 작은 무지개를 만들었다. 여름다운 풍경이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수리산의 산마루는 싱그러운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울창한 숲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양산을 쓴 할머니들이 느린 걸음으로 공원을 돌면서 한담을 주고받았다. 오늘 볕이 꼭 가을 같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따가운 햇살은 어제보다 기세가 한풀 꺾였다. 물빛을 품은 여름하늘은 그대로였지만 햇살은 가을볕에 가까워 보였다. 빨래 널기 참 좋은 날씨다. 핸드폰을 꺼내서 날씨앱을 눌렀다. 습도는 55%다. 살랑이는 실바람이 볼을 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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