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은 의심의 절대적 양에 비례한다' 그러니 Why를 묻자.
책의 내용이 주로 광고와 마케팅 기획을 다루다 보니, IT 프로덕트를 만드는 기획자 입장에서는 용어나 결이 조금 달랐다. 내용 자체도 입문서에 가깝다. 하지만 완독 후 덮은 책의 후반부에는 밑줄을 긋게 만드는 묵직한 통찰도 있었다.
"현실에서 기획서는 결국 상대방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싸움이다. 기획서 목차는 상대방의 두려움 목록이고, 그걸 하나하나 안심으로 바꿔주는 게 기획자의 몫이다."
크게 공감했다.
업계가 다르고 결과물이 상품이든 서비스든 본질은 같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왜 해야 하는가(Why)'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왜 하필 지금인가(Why Now)'를 설득하는 과정이 기획의 핵심이다. 타인의 두려움을 확신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내가 매일 마주하는 본질일지도 모른다.
책은 직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최근 회사 대표의 뛰어난 직관을 보며 감탄한 적이 있는데, 책에서는 이 직관 역시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직관을 담당하는 기저핵은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 기억과 같은 곳에 있어, 반복할수록 체득된다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인 줄로만 알았던 직관이 꾸준한 훈련의 영역이라는 사실은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또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슬로우 싱킹'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쏟아지는 맥락 속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을 잠시 내려놓고, 중요한 문제 하나를 깊고 길게 씹어 삼키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퇴근 후에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문제의 언저리를 맴도는 동료들이 결국 번뜩이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곱씹어야 단물이 나오듯..)
이 책은 수학의 정석처럼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비법서는 아니다. 하지만 기획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일상과 업무에 기획의 마인드셋을 장착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안내서다.
마지막으로
"현실에서 기획서는 결국 상대방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싸움이다."
기획서 목차가 상대방의 두려움 목록이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팀을 이끌며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도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진짜 될까?'라는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Why'와 'Why Now'를 끈질기게 묻는 태도만이 그 두려움을 안심으로 바꿀 수 있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