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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Sep 12. 2024

집에 가는 행복, 일하는 설렘

조직이 변화고 성장하면 달라지는 것

시간을 나누면 삶이 나뉜다. 삶을 나누면 나 자신이 나뉜다. 이렇게 쪼개고 나면 삶의 각 부분이 서로 다른 요구를 유발하고 그것이 정당화된다. 직장 밖에서의 욕구나 열망은 직장 안에 있을 때 충족될 필요가 없다고 믿게 된다. (...) 그러나 우리는 오직 한 사람이다. 당연히 삶 전체를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할 한 명의 인간이다. <삶으로서의 일, 모르텐 알베크 저>


회사를 다니다 보면 지치고 힘든 시간들이 다가옵니다. 뭘 해도 잘 안 풀리는 듯, 일이 자꾸 꼬이는 듯,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운 듯. 이럴 때 답답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동료들과 술을 먹고 답답함을 이야기하지만 가슴속 응어리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더 외로워지고 힘에 부칠 때도 있습니다.


회사의 한 식음업장이 영업이 잘 안 되었습니다. 영업이 안 되니 직원수가 많아 보이고 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업장을 눈여겨보면서 왜 잘 안 될까,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책임자와의 1대 1 면담 진행이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현재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니 어떻게 바꿔나가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책임자는 맛도 좋고 직원들도 열심히 잘한다는 대답을 하며 방안을 며칠 내로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어 다그쳤습니다. 이미 이런 상황이면 많은 고민들을 이미 했을 텐데 방안을 검토해서 보고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야단이었습니다. 그리고 방안을 가져온 내용이 너무 뻔한 스토리였습니다. 기존하던 방식을 그대로 다시 해 본다는 보고서였습니다.


같은 장소에 같은 직원들과 같은 메뉴로 같은 방법으로 영업을 한다면 뭐가 달라질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책임자에게 강한 질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인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그에 대한 방안도 없고 그냥 하던 방식을 고집하면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많은 것을 다 해 봤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게 너무 답답했습니다.


사업장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혹시 이런 모습이 전체 사업장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습니다. 하던 것에만 익숙하고 해 봤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꺼리고 문제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이 조직 내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직원들의 인식 수준이 바뀌는 것이고 인식이 바뀐다는 것은 본인의 간절함과 고통이 뒤따르는 과정입니다.


결국 담당자는 회사를 떠났고 후임들이 업무를 맡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사를 떠나니 중간 책임자들은 담당자의 그늘 속에서 스스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직원 의식과 업장 세팅을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안 하는 게 실패입니다. 그냥 해 보십시요. 지금 상황에서 안 하는 게 겁쟁입니다."라고 직원들에게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업장이 안 되는 원인부터 세프와 홀 직원들과 딥다이브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원인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 변화를 위해 어떤 것들을 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했습니다.


고객이 오지 않는 이유는 주변에 먹을 곳이 많고 우리 업장이 아니라도 대안이 많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은 있지만 애초부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메뉴를 주변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것만을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주방과 홀이 따로 놀고 조직이 융합이 안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조직을 주방과 홀을 통합하고 세프를 책임자로 놓고 서로가 같은 부서로서 소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홀직원들은 불만이 생겼습니다. 본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업장의 상황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게 세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진행한 것이 메뉴 개편이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맛이 아니라 아이템이 문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 메뉴에서 남겨야 할 것과 메인으로 다시 집어넣어야 할 메뉴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20개 남짓했던 메뉴를 단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홀과 주방의 인력들에게 왜 이 업장이 변해야 하는지, 손익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직 내 통합이 어떤 의미인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며 직원들이 답답하고 궁금한 점들을 소통해 나갔습니다.


체념 하거나 도피하거나 순응하거나 싸우지 않고,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구루피플스, 이창준원장>


그리고 2개월의 고민 끝에 메뉴를 개편했습니다. 어차피 밖에 나가서 드시려는 고객은 우리 고객으로 접근하지 말고 사업장에 오신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메뉴로 선정했습니다. 가족들이 먹을 때 불편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부분을 최소화되도록 했습니다. 음식 나오기 전에 직원들이 수고를 들여 불편한 점을 제거하고 다수의 메뉴를 7개로 단순화시켰습니다.  


품평회를 통해 직원들과 개선할 점을 찾고 사이드 메뉴, 반찬, 메뉴판, 메뉴 문구, 메뉴 홍보 사진, 그리고 메뉴에 대한 직원들의 지식과 멘트를 고민해서 변경했습니다. 시설은 동일하지만 내부의 콘텐츠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처음 두 달은 직원들조차 긴가민가했습니다. "이게 될까?"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믿음을 주고 격려했습니다.



3개월째 되면서 고객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하고 빈자리였던 식음업장이 가득 차는 경험을 했습니다. 직원들조차 신기하게 생각하고 더 지켜보자는 반응과 같이 뭔가 달라지니 고객이 반응을 한다는 것에 작은 기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반응은 더 커졌습니다. 직원들은 식음업장이 바빠지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의 양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변화의 속도에 놀라고 기쁘지만 그에 따른 업무량에 힘들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격려하며 일의 숙련도를 높여 나가며 개선할 사항들을 지원했습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변화시킨 업장의 성과를 보며 뿌듯해했습니다. 과연 이게 될까라는 생각과 고정관념에 잡혀 있던 행동들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성취감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힘든 것에 대한 불만도 존재하지만 무엇인가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더 큰 수확이었습니다.


한 업장의 변화지만 이 변화는 다른 업장에 변화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성공 사례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해 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으로 접근하고 안 해 본 것을 해보는 태도가 업장을 변화시킨 원동력입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박스에 갇혀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합니다. 변화는 귀찮은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화를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의식이 달라집니다. 변화 속에 성장통의 아픔도 존재하지만 그만큼 자신도 커 가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만든 변화를 느끼고 본인들이 만들었던 새로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날 시점이 오더라도 변화를 통한 업장의 성장이 직원들의 성장 스토리가 되길 바랍니다.


조직을 개편하며 기존 방식만 고집하던 인력을 교체하고 조직통합을 통해 사일로를 제거하며 왜 변화가 필요한지 지속적으로 인지시켜 주고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도록 독려하는 과정들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통해 직원들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얻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업장이 잘 되면 선순환되고 후배들은 성장이란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스스로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의 일을 통해 커리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가 흔한 직원이 아닌 온리 원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고생했다고 격려하는 티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때 책임세프가 눈물을 흘립니다. 힘든 과정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와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원거리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만 휴무일 때 집에 갈 때는 가족을 볼 수 있다는 행복감으로 가고, 돌아올 때는 일 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돌아옵니다. 어렵지만 무엇인가 해 나간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감동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동일한 생각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진정성을 이해해 주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직원들이 50프로 이상만 있어도 그들을 보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설레는 하루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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