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 활용법과 자연 치유의 힘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아름다운 마무리_법정 저>
"시작하는 자가 이룬다." 아침 창문을 열면 가을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든다. 새소리가 어둠을 깨우며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나고, 나무들의 푸르름 사이로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아직 색을 바꾸지 않은 잎사귀들도 내면에서는 이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시작한다는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흐름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언제나 그래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한다. 그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동시에 영원하지도 않다. 시작하고, 변화하고, 이루어지고, 다시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이런 자연의 리듬은 인간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고대부터 인간은 자연의 거대한 품 안에서 생존해 왔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의 속도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왔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그 알을 깨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현대 문명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연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낮 시간의 소음과 복잡함 속에서는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새벽의 고요함을 깨우며 아침의 상쾌함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선사한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에는 자연이 보이지 않는다. 빽빽하게 채워진 하루 일정들이 자연을 느낄 여유를 앗아간다. 하지만 새벽은 다르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 청명한 공기가 주는 상쾌함 속에서 우리는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 시간이야말로 자연 속에 있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다. 휴대폰의 쓸모없는 정보들에서 잠시 벗어나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는 것. 침대 모서리에 누워 눈을 감기보다는 시작의 기운을 느끼며 삶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
저녁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것이 잠이라면, 아침은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하는 시간이다. 밤의 불빛이 주는 피로감은 잠으로 해소되고, 잠이 이루어지는 동안 우리는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든다. 자연도 그 시간만큼은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돌아오는 아침은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선사한다. 자연 역시 이 순간을 함께한다.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로 정신을 맑게 하고, 해돋이의 장엄한 풍광으로 사람들을 깨운다.
여름이 자리를 내주고 가을이 문턱에 서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전환을 경험한다. 자연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자체가 자연임을 깨닫는다. 자연을 품고 있는 우리의 몸과 정신은 아침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자연의 감정을 인지하기도 전에 휴대폰의 불빛에 현혹되어 진정한 시작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무의식에 빠져들며 소중한 새벽과 아침을 허비하고 있다.
가볍고 쉽게 시작하라. 새벽의 기운과 아침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밖으로 나가보라. 천천히 걷고, 숲의 공기를 마셔보라. 자연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몸속에, 우리의 호흡 속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새벽 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 변화하고 싶은 것, 의식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새벽과 아침의 자연 속에서 또렷해진다. 릴케의 말처럼 "미래는 우리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그것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작하는 자가 이룬다는 것은 결국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자연과 호흡하며 하루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그럴 때 우리는 지쳐가는 심신을 다듬고 다시 시작하며 무언가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상쾌하다. 몸의 자연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확언한다. "오늘도 알에서 깨어나려고 투쟁한다."
매일 아침은 새로운 탄생의 시간이다. 어제의 내가 아닌 오늘의 나로, 더 나은 내일의 나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다. 알을 깨는 과정이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어가자.
그리고 시작하자. 새벽이 선사하는 고요함 속에 오늘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하자. 자연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자신의 몸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