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 삶의 이벤트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게서야 깨닫는다는 것이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퀴브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저>
문뜩 팀장들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 속에 나온 문장입니다. 책을 읽고 책리뷰를 일기처럼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썼던 책리뷰를 들쳐보다 회사 리더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잠시 꼰대질을 하게 됩니다.
"더 많은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억들은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면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같은 원리에 의해서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사건들을 느낌과 감정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의 말처럼,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성공적인 거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뜨는 거리가 되려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줄 이벤트들이 필요하다.
그것이 쇼윈도의 다양한 상품이거나 혹은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거나,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거나 어떠한 것이든 좋다.
건축가는 이런 이벤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무대장치를 디자인하는 연출가이다."
문장을 다시 읽어보며 이 문장은 건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삶의 측면에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이벤트란 무엇인가요?
거창한 공연이나 화려한 행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직원들이 건네는 미소와 인사, 불편함을 세심하게 해결해 주는 배려, 작은 선물과 함께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 모든 것이 이벤트입니다.
우리 삶의 순간순간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듭니다. 작은 순간들이 시간의 길이와 공간의 확장을 만들고 그것들이 모여 삶의 숲을 이룹니다.
말 한마디의 따뜻함이 고객의 감정을 움직이고, 그 감정은 추억이 되어 그들을 다시 그곳으로 이끕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불쾌한 것부터 즐거운 것까지, 공간 속에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벤트의 종류에 따라 사람들은 그 공간을 기억하고 판단합니다. 좋은 기억과 감정이 쌓이면 그들은 팬이 되고, 나쁜 기억이 남으면 더 이상 찾지 않습니다.
이는 회사라는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이벤트들이 회사의 공간을 확장시키고 시간을 길게 만들어 줍니다. 만족의 감정과 추억들이 지속적으로 쌓일 때, 직원들은 그 회사를 의미 있게 여깁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좋은 일만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회사는 때로 냉정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벤트도 생깁니다. 좋은 것만 먹고살 수는 없는 게 현실이고, 늘 좋은 이벤트만 벌어질 수 없는 게 회사입니다. 때로는 고난이라는 이벤트가 찾아오고,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는 게 원래 고단하고 피곤한 거여. 근데 살다보면 살아 볼 만 혀<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중>
그렇다고 이 순간이 삶의 최악은 아닙니다. 힘듦 속에 편안함이 있고, 아픔 속에 기쁨이 존재하며, 어둠 속에 밝음이 공존합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자신을 더욱 명확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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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모순들이 공존할 때 더욱 빛납니다. 늘 좋은 이벤트만 만들겠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벤트의 연속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 움직이고 숨 쉬는 사람들 속에서 이벤트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공간, 인간, 시간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벤트는 삶이라는 큰 숲 속에 공존합니다. 작게라도 자신의 기억과 감정 속에 현재라는 시간 안에서 이벤트를 만들어가며 삶의 숲에 나무를 키우다 보면, 자신의 숲과 나무가 풍성해지고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스스로가 현재의 이벤트를 하찮게 여길 때, 우리 삶의 숲은 작아지고 공간과 시간은 확장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이 시간을 소소한 이벤트로 채워가야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이 말했듯 "사람이 사람한테 관심 가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한 이벤트는 관심에서부터 시작입니다.
삶 속에 작은 감탄들이 많아질수록 삶은 풍요롭고 행복해집니다. 고난한 이벤트는 두려워하지 말고 견디며 헤쳐나가고, 소소한 향기가 나는 이벤트들을 감탄하며 사람들 사이에 추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숲은 더욱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단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화과 하나를 원한다고 나에게 말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먼저 꽃을 피우도록 기다리라고. 열매를 맺고, 그것이 마침내 익을 때까지 시간을 주라고. <인생수업, 엘리자베스퀴브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저>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입니다. 매 순간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공간은 확장되고 시간은 깊어집니다.
당신의 삶에는 어떤 이벤트가 존재하는가요? 그 이벤트들이 모여 만드는 당신만의 숲은 얼마나 풍성한가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묻게 됩니다. 당신의 공간과 시간의 확장을 만드는 삶의 소소한 이벤트들은 당신 곁에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