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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03. 2021

어머니가 우리에게 베푼 시간들

어머니는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

간호사가 말한다. "식사를 안 하시면  씹는 걸 까먹는다"라고



누워계신 모습만 지켜본다. 식사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좋지만은 않다.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신다. 드시지 못하니 기운이 없는 건 당연하다.


 숨도 입으로만 쉬신다. 어머니가 낳으신 자식이 4명이다. 작은 몸으로 큰 살림을 하셨다. 조부모를 신경 쓰며 보살 피셨다.


큰집이라 대소사가 너무 많았다. 손님은 매일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집에 손님이 그만 왔으면 했다. 어머니가 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그 어린 마음에도 어머님이 안쓰러워 보였다.


 동네잔치에는 늘 빠지지 않는 멤버였다. 자식 4명을 키우며 에너지를 얻었다고 하신 기억이 난다. 힘들어도 자식 때문에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셨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다리에 근육이 없고 피부와 뼈가 붙어있다. 그냥 슬프다.


아버지는 가족의 경제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시면서 사셨지만  어머니가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머니는 동네에서도 목소리가 크신 분이셨다. 큰집 살림을 도맡아 하시다 보니 손도 크고 목소리도 처렁처렁 하셨다.


베푸시는 걸 좋아하시다 보니 주변분들에게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누어 주시는 걸 좋아하셨다. 특히 어머니는 김치하는 걸 좋아하셨다. 어떤 김치도 어머니 손에 닿으면 맛있었다.


 동치미, 열무김치, 깍두기, 돌나물 물김치, 나박 감치, 오이소박이, 겉절이 등 늘 밥상에는 맛난 김치가 여러 종류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집안에서 고생하시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따뜻한 말로 어머니를 위로한 적이 없다. 밖에서는 성실히 사셨지만 부인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전달했어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가 더  안쓰러웠다.


  아버지의 형제들조차 어머니가 뒷바라지하다 보니 늘 어머니는 부엌이 방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못 살았을 것 같다. 그냥 자식이 뭐라고 그렇게 버티셨는지 지금도 누워계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으면 안쓰러울 뿐이다.

잠시 자식을 알아보실 때도 있으나 그건 잠시


집에 간병인을 두고 어머니를 돌본다. 4명의 자식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간병인을 둘 수밖에 없었다. 요양원은 어머님께  죄짓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4명의 자식이 십시일반 하면 혼자보단 낫다.


간병인이 쉬는 주말은 자식 4명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 곁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저귀를 갈고 음식이나 물을 드린다.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 표정과 비슷하다.


가족회의를 하며 내린 결론은 연명 치료는 안 하는 걸로 했다. 그리고 보내드리는 것에 대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들의 영원한 후원자셨던 분이 이 세상에서 떠나시면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하시는 것조차 힘들어하시고 그냥 문뜩 우리 만족을 위해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까지 든다.  


살고 죽는 건 하늘의 뜻이다. 어머님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 그냥 누워서 주무실 때처럼 평온이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의 기분이 어머님의 목소리에 따라 일희일비되다.


퇴근 때마다 어머니에 전화를 하면 기분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구분이 되었다. 연세가 드시면서 신체활동이 거의 없이 누워만 계실 때 활동적이셨던 어머니는 답답해하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울증적 증상도 오고 신체활동의 제약이 정신에도 영향을 끼쳤다. 증상은 호전보다 악화로 흘러갔고 여러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했었다.


 작은 누나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모시고 다니셨다. 난 그때 나의 가족을 돌 본다는 핑계로 신경을 거의 쓰지 못했다.


이제야 난 어머니의 깊은 주름과 손등의 검은 버섯을 보고 세월이 어머니에게 준 흔적들을 알 수  있었다. 세월의 무게를 작은 체구 하나가 짊어지고 오늘까지 걸어온 것이다.


 멍하니 앞을 쳐다보는 어머니의 얼굴에 나는 입맞춤한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진실된 눈물로 말을 건다.

엄마 고맙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https://m.blog.naver.com/triallife/22241126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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