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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Dec 17. 2022

맛난 요리를 그만하고 인생을 요리하고 싶다.

선배가 전달하는 인생 이야기

맛난 요리를 그만하고 인생을 요리하고 싶다.

금요일 퇴근시간 차 막히는 강변북로를 따라 차를 운전한다. 막히는 길에 떠오르는 인생선배가 있어 문뜩 전화를 한다. 선배도 막히는 올림픽대로에 갇혀 차에서 음악을 듣고 계셨다. 집이 춘천이라서 늘 형수와는 주말 부부로 살아오셨다. 워낙 성실하고 책임이 강하신 선배라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오지 않으셨다. 더 나아지시려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남들 술 마시는 시간에 인생의 넥스트를 준비해 오셨다. 인생의 넥스트를 준비하고자 하는 보금자리가 춘천이다. 그래서 서울에 사실 수도 있지만 춘천에 자신의 더 멋진 인생을 위해 하나씩 준비해 온 보금자리다. 형수는 그곳에서 음식을 만드신다. 두 분은 사내연애를 통해 결혼하셨다. 선배는 형수가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서 형수에게 작업을 했고 그게 잘 돼서 지금의 커플이 된 것이다. 뭐 형수도 선배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선배도 보면 볼수록 진짜라는 걸 알 수 있기에 그런 진짜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인연이라는 게 괜히 인연이 아니다. 어떤 확률보다도 어려운 확률이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까지 하는 확률은 번개 맞는 것보다 더 어려운 확률이라고도 한다. 이 세상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가는 경우는 하늘에서 바늘이 떨어져서 콩에 꽂히는 확률 못지않을 것이다. 형수는 춘천에서 예약제 레스토랑을 했다. 장사가 너무 잘 돼서 혼자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선배는 서울에서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 레스토랑의 조리 총괄 책임자셨다. 두 분이 만들어 준 음식은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시간이 된다. 그런 두 분이 선택한 춘천은 두 분이 또 다른 삶을 만들어갈 공간이다.



선배를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너무 행운을 만났다.


새로운 곳에 일을 하게 된 나에게 많은 것을 도와준 고마운 선배였다. 일 하는 분야는 달랐지만 선배를 알아가면서 그분이 얼마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애정 있게 가꾸어 왔는지를 눈으로 그리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일들임에도 하나씩 만들어 가시는 열정과 그 속에서 후배들과 업장들을 잃지 않고 안아주는 모습을 보며 리더십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상시에 말씀을 많이 하시지는 않지만 속 친구가 되면 말수도 많아지시는데 나도 속 친구가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도 생긴다. 수년 동안 요리를 해 오셨고 요리라면 누구에게도 지기를 싫어했으며 요리를 하는 후배들에게도 따끔한 말들을 전달하며 자부심을 만들어 주었다. 요리를 잘하셔서 국가가 인정해 준 명인이기도 하시다. 9개가 넘는 유명 레스토랑을 일구어 왔던 저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자부심이 바탕이 된 것이다. 요리만 잘한다고 리더가 될 수는 없다. 요리를 하시지만 맛난 요리를 어떻게 고객에게 팔아야 하고 어떤 재료로 원가를 관리하고 업장은 어떤 식으로 배치하여 고객이 더 만족스럽게 음식을 먹을지를 고민하며 회사에도 매출과 수익을 창출해 내야 한다. 요리만 하는 분은 요리만 하지만 모든 업장이 진짜 나의 업장이라고 생각하며 세일즈와 마케팅까지 고민하시는 분이다. 난 요리를 모르지만 선배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선배와 일하는 짧은 1년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배가 문뜩 이런 말을 나에게 전달한다.


"맛난 요리를 그만하고 이젠 인생을 요리하고 싶다. 맛난 요리의 레시피만 보지 말고 이젠 인생의 레시피도 보며 형수와 멋진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


갑자기 아 이 말 참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요리하고 인생의 레시피를 펼친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 시간이 인생의 한 장면이다. 이 순간은 지나가면 과거일 뿐 현재가 아니다. 선배는 지금까지 요리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다. 또한 후배들은 그런 선배를 믿고 따라왔다. 후배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있었고 자신의 요리 인생에 미련이 없기 위해 지금까지 버텨오고 즐기면서 이 일을 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인생의 넥스트를 만들고 싶어 한다. 누구보다도 형수와 선배는 넥스트를 많이 생각해 오셨다. 미술에 관심도 많고 자신의 갤러리도 만들어 가는 꿈을 현실화시키고 계시다. 또한 작게라도 예술과 음식을 접목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으시다. 두 분은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 오셨다. 지금까지 걸어오는 길에 자신의 색을 만드시고 자신을 길을 찾아오셨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신의 열정을 회사에 쏟기도 하셨다. 아직도 회사에서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은 많으시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주고 싶으신 것도 많으시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본인이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시점은 선배가 판단하실 것이다. 오랜 시간 청춘을 보내온 곳에 대한 애착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선배는 아쉬움보다는 인생의 레시피를 펼칠 때 더 큰 행복감을 만날 것이라는 걸 안다.


한 분야에 장인이 된다는 것은 너무 멋있는 인생이다. 요리는 예술이다. 요리는 정성이다.


하나의 재료로 요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여러 재료가 혼합되어 만들어 내는 오감의 예술이다. 예술이 만들어진 순간보다 그것을 맛보는 사람들의 미소에서 요리 예술가는 웃는 것이다. 그 과정을 수십 년 해 오면서 자신의 색을 만들어 온 것이다. 여러 상황들을 겪어 오면서 요리라는 것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걸어온 거다. 걸어온 길 그 자체로서 멋있다. 나의 색을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걸어오며 색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젠 "맛난 요리를 그만하고  인생을 요리를 하고 싶다" 고 하신다. "인생의 요리, 인생의 레시피"를 만들어 가실 선배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존경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같이 일했음에도 인생을 같이 보내온 선배처럼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해 지금까지 서로를 존중하며 응원했던 것이다.


 이런 선배에게 나는 이 한 말을 전달한다.


 "선배의 삶과 나의 삶 속에서 각자 열심히 살아가지만 각자의 삶 사이에 서로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막걸리 한잔 기울이는 낭만만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은퇴하면 나만의 막걸리 만들어 보고 싶어. 그래야 선배 하고도 각자의 삶 사이의 공간에 막걸리 들고 한 잔 먹으며 인생과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선배는 이렇게 화답한다.


 "오늘 같은 날 막걸리 한 병 딱 먹으면 너무 좋지. 와이프가 오늘 집에 오면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더라. 5가지 옵션 중에 1가지 해 주겠다고"


은근히 자랑하신다. 형수의 배려심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나에게는 선택이란 없다. 그냥 주면 감사할 뿐인데 형수는 선배에게 선택권까지 주신다.



"맛난 요리를 그만하고 인생을 요리하고 싶다. 이젠 인생의 레시피를 펼치고 싶다"


이미 선배는 그렇게 살고 계시다. 그런 선배와 형수가 멋있다.


나에게 인생 요리는 뭘까? 인생 레시피는 어디에 있을까?


분명 멀리 있지는 않은데 너무 멀리만 바라본다. 당신이 원하는 것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당신 곁에 있다. 멀리 있지 않다. 그래서 당신 곁을 사랑하고 당신 주변을 아껴야 한다. 그러면 인생의 요리가, 인생의 레시피가 만들어지고 보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인생을 요리하며 인생의 레시피를 펼치며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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