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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7. 2023
처음이란 기억
처음은 어설프고 실수투성이란 속성을 갖고 태어난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순수함이란 의미도 어려움이라는 의미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처음이라는 것은 경험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잘 모르기에 순수하다. 너무 많은 걸 알아가면 순수하지 않게 된다. 너무 많은 걸 알면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을 하게 된다.
처음이라는 순간은 낯설다. 낯설기에 어색하다. 처음의 순간이 낯설기에 실수도 많이 한다. 긴장도 된다. 처음의 순수함이 있기에 긴장의 강도는 높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처음이라는 순간들은 존재한다. 아니 처음이라는 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사는 게 처음이라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누구를 만나든 만나는 첫 순간이 있다. 학교를 다닐 때도 학년마다 처음이 존재한다. 처음이 익숙해지면 편안해진다. 편안해진다는 것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긴장감이 없고 편안해지는 순간이 도래하면 편안 상황을 유지하려고 한다.
처음은 낯설고 어색하기에 자주 그런 상황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입사 첫날이 존재한다. 사원으로서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어색하고 실수투성이다.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직급에서의 처음이 존재한다.
업무가 바뀔 때마다 도 처음이 존재한다. 잘 모르는 업무에 어색해하고 실수를 하게 된다. 군대 입대를 했을 때도 걱정이 앞선다. 연애를 처음 할 때도 어설프고 상대에게 실수를 하게 된다.
처음의 마음가짐은 무엇이든 잘해 보겠다는 파이팅이 넘친다.
의욕과 열정이 넘친다는 것은 순수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순수함이 없다면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며 의욕과 열정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달라지고 싶고 변화를 추구하려 할 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초심이 처음의 순수함이고 열정적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심은 무엇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처음에 갖은 마음이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항상 초심이 무엇이었는지를 곱씹어 보기도 한다.
회사 내 직급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초심을 잃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다.
최고에 도달하려면 최저에서 시작하라_p. 시루스
초심을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상황이 변했고 지금 이 순간이 과거의 처음이 아니기에 생각과 행동들이 변해 가기 마련이다.
고지식하게 초심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초심은 과거의 것을 고집한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열정과 순수함을 간직하며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인 것이다. 처음은 어렵다.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스포츠 프로 선수도 타 팀 이적 후에는 팀과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한 것이다. 처음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며 나이가 들어가며 그리고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면 기다려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처음을 이해하면 적응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서로를 배려하며 적응하는 시간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
아침 운동을 하고 피트니스 내 있는 사우나에 들어갔다.
39도 온탕에 처음 들어갈 때 몸에서 느끼는 반응은 어색함이다. 39도의 온도와 체온이 다르기 때문에 몸은 사우나의 물을 뜨겁게 느낀다. 하지만 몸을 담그고 가만히 있으면 물 온도에 몸이 적응한다. 어색하던 처음 순간이 사라진다.
옆에 있는 냉탕에 몸을 옮기면 처음의 차가움이 낯설게 느껴진다. 처음의 차가움이 몸을 놀라게 하고 경직시킨다. 차가움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낯선 것이다. 그리고 처음의 순간이 지나고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 편안함이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 무엇에 도전하던 처음은 존재한다.
처음을 두려워해서 낯선 곳으로의 이동도 없이 있던 곳에 주저앉아 있다면 발전은 요원해진다. 처음의 마음가짐이 너무 강열하고 열정이 넘쳐서 어설픈 행동을 보이며 시행착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 한 순간이다.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처음의 열정이 식지 않고 순수한 초심이 되살아 나기만 해도 우리는 스스로는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가장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모든 일의 시작이다_제임스 캐시 페니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에 모태솔로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모든 행동들이 서투르고 실수투성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려 하니 의욕은 넘치고 잘 되지 않는다. 연애의 치고 빠짐이 없이 저돌적이기만 한 타입, 상대방의 마음을 너무 배려만 하려는 타입,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타입, 자기 망상에 빠져 있는 타입 등 다양한 군상들이 이야기를 풀어 간다.
보는 시청자 입장은 그런 상황이 재미있다. 서투르고 어느 때는 엉뚱한 행동을 할 때는 방송에 나와 저런 실수를 하는 게 스스로에게 좀 창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다.
험한 언덕을 오르기 위해 처음에는 천천히 걷는 것이 필요하다._셰익스피어
처음이라는 관문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들이 있기 때문에 힘겨워한다. 가슴도 아프고 답답하기도 한다. 그래도 처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서투르고 순수하고 열정이 넘칠 때가 자신의 삶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어딘가에는 처음이란 세포가 살아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무엇인가에 익숙해지며 나이가 들고 아는 게 많아지는 과정 속에서 열정과 순수함을 잃어왔다.
원래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넘어지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며 나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과정이다.
그런 것이 처음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런 어수룩한 처음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존재한다.
살다 보면 오히려 처음이 그리워질 때도 있고 초심을 되찾고 싶을 때가 있다. 덕지덕지 붙은 때를 떨쳐내고 처음의 산뜻한 마음과 긴장 속에서 의지를 불태웠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30대는 20대를, 40대는 30대를, 50대는 40대를, 나이가 들어갈수록 처음이란 순간들이 많은 청춘과 젊음을 그리워하게 된다.
순수함과 열정이 꿈틀 되는 순간들을 우리는 기억 속에 넣어 두고 있다. 처음이라는 순간들이 세포 속에 녹아 있기에 우리는 아직도 라이브 하다는 말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끝을 조절하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실패하는 일이 전혀 없다._노자
처음은 당신에게 어떤 철학을 전달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