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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pr 25. 2023

학창 시절 추억을 '소중한 날의 꿈'에서

소중한 날의 꿈 이란 영화를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소중한 날의 꿈'이란 문장이 너무 좋다. 집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푸른 하늘 위로 흘러가는 흰 뭉게구름을 보며 낮잠에 빠지는 학창 시절 모습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나에게 소중한 날은 언제였을까? 그때 꾸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이가 국어 학원에서 과제를 가져왔다.


'소중한 날의 꿈'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문제를 푸는 과제였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영화였다. 혹시 일본 만화 영화인가 물어봤는데 한국 영화라 한다. 검색해 보니 2011년 작품으로 관객수는 많지 않았으나 평점은 8.6점이었다. 스토리도 부실하고 쓸모없이 시간 낭비하는 영화들도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영화 표지만 봐도 과거 추억이 되살아 날 듯 한 분위기다. 그림의 색감이나 느낌이 너무 좋다.



아이가 모르는  나의 어린 시절 동네 길목에는 뻥이요 하며 뻥태기 아저씨가 있었고 고물을 줍는 고물상 아저씨들도 리어카를 끌며 지나가던 시절이었다. 동네의 온갖 잡다한 전자제품을 고쳐주는 전파사가 골목마다 있었고 카세트 테이프를 구매할 수 있는 레코드 가게가 들어와 있었다. 온 동네에는 프로레슬링에 광하며 오손도손 모여 TV를 보고 여학생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별이 빛나는 밤'을 들으며 감성에 빠져 들던 시절이었다. 이 모든 장면들이 '소중한 날의 꿈'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담겨 나온다. 이미 나는 과거 학창 시절로 빠져 들었다. 영화는 그 시절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의 성장 이야기이다.


이랑이라는 주인공은 달리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여학생


하지만 달리기에서 진 적이 없던 아이가 친구에게 추월당하며 계주에서 지고 스스로가 잘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생각에 빠진다. 다시는 달리기를 안 하겠다고 다짐한다.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이를 알게 되며 자신은 외모도 재능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민이는 노래도 잘하고 시도 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아는 수민이에 비해 자신은 너무 초라하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며 학창 시절을 보낸다. 그때 철수라는 남자아이를 알게 된다. 철수는 커서 우주비행사가 되는 게 꿈이다. 그래서 책으로 읽던 과학적 이야기를 진짜로 실험해 보고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간다. 철수와의 풋풋하고 순수한 설렘이 시작된다. 빵집에서 빵을 먹으면서 설레는 이랑의 모습과 철수가 자신의 과학 아지트를 이랑에게 보여주며 서로의 감정을 쌓아간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느리고 답답해도 그들에게는 순수함이 살아 있고 서로를 알아가는 자체가 너무 설레는 장면들이다. 첫사랑의 미숙함이 서로를 설레게 하고 서로의 순수함을 이해해 가는 장면들이 보는 사람을 미소짓게 한다.


철수는 예전에 보았던 공룡 발자국을 보여주기 위해 이랑이를 그곳으로 데리고 간다.


공룡 발자국을 보며 이랑이는 생각보다 발자국이 크지 않다 하며 이 공룡은 그때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며 둘은 작은 동굴에 잠시 비를 피한다. 잠시 잠에 빠지고 이랑이는 꿈을 꾼다. 작은 공룡이 자라 조금씩 크더니 엄청 큰 공룡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두려워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이랑이의 조언에 한 발씩 한 발씩 내딛더니 큰 공룡들 무리로 함께 걸어간다. 그리고 잠에서 깬다. 이랑의 꿈은 아마 지금의 이랑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직은 미숙하고 작지만 성장해 가는 자신의 모습인 듯하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지금의 상황을 공룡의 모습으로 그려 놓은 듯 하다. 이랑은 철수의 삼촌을 만나 대화를 하게 된다. 철수의 삼촌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퇴적이 쌓인 돌의 하나하나의 퇴적층은 수만 년에 한층 씩 쌓인 거야. 지금 너의 그런 거름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른 이랑을 만드는 거야. 그 안엔 보물도 있고 버릴 것도 있겠지. 그걸 알게 되는 때가 너한테 올 거야.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랑이 다시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이런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1등은 기분 좋은 거다. 그렇지만, 내가 만날 꿈들이 등수가 매겨지는 일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대학교시절 봤던 중국영화 '햇빛 쏟아지던 날들'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고 공부보다는 이탈을 꿈꾸며 문화혁명 시절  자신이 성장해 가는 남학생의 이야기다.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반항아적인 남학생이 지붕에 누워 햇빛 쏟아지는 날 자신의 삶을 고민하듯이 멀리 앞을 보는 장면이 생각이 난다. 그때 흘러나오는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음악이 가슴을 울린다. 학창 시절 고민과 첫사랑, 삶의 성장통을 담아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학창 시절 성장통은 우리에게 추억으로 살아 있다.


그런 순수함을 잊은 채 어른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건조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의 숙제가 준 오랜만의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잠시지만 순수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는 나의 모습을 반가워한다. 건조한 지금의 삶에 순수함이라는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 나의 촉촉함을 간직하고 싶다. '소중한 날의 꿈' 그 시절을 기억하며 나의 산성화 된 생각들을 잠시나마 접어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의 친구 수민이가 읽었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적으며 '소중한 날의 꿈' 리뷰를 마친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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