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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Dec 20. 2023

50대 가장 혼자 살기_영화 보기  '서울의 봄'

'서울의 봄'을 보며 역사를 생각하다.

주휴에 집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혼자 주휴를 보내야 한다. 하루를 무엇을 하고 보내야 할까 스케줄을 짠다. 최대한 주휴에는 개인적으로 봐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개인정비를 하려고 한다. 필요하면 업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직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숙소나 외부 스케줄을 일부러 잡는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무지 좋아했다. 영화관도 동네에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TV에서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를 보여주면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다. 연말이 되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명작들을 선별하여 시리즈로 보여주기도 했다.


대학시절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은 학교 근처 블럭버스터 비디오 가게에서 5~6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영화만 보았다. 밥도 대충 때우고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몰아보기 했다. 어찌 보면 지금 넷플릿스 몰아보기의 옛 버전이었다.


대학시절과 회사초년생 때는 영화관에 혼자 가서 개봉작을 보는 걸 좋아했다. 조조는 가격도 싸고 조용하게 볼 수 있어 좋았고 심야 영화는 진짜로 심야에 가서 거의 손님이 없을 때 혼자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때는 개봉작 3편을 한 상영관에서 심야부터 아침 6시까지 자지도 않고 보기도 했다.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한 때는 영화 평론가가 꿈인 적도 있었다. 한겨레신문에서 발행하는 "씨네 21"을 구독하기도 했고 영화 속에 나오는 영화배우 이름도 외우며 혼자 즐거워했다. 영화 스토리와 음악에 감동하여 하루 종일 영화 속에서 헤어 나오지도 못하고 머릿속에 영화 이야기만 계속 맴돌기도 했다.


결혼 이후 아이가 생긴 후는 와이프와 영화관을 거의 가지 않았다. 서로 영화 즐기는 관점도 달라서 매칭되는 영화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장 다니면서 공동연차가 생길 때는 출근하는 척하며 혼자 조조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넓은 영화관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휴대폰으로 보는 느낌과는 달랐다.


눈도 오고 날씨도 좋지 않아 오랜만에 숙소에서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되었다. 요즘 '서울의 봄'이란 김성수 감독의 영화가 화제가 되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들이 먼저 학교에서 보고 와서 전화로 꼭 보라고 한다. 2시간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역사에 대해 나에게 물어본다.


현대사의 비극들을 영화로 접할 때가 있다. 이미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택시드라이버' '남산의 부장들' '1987' 그리고 '서울의 봄'이 역사의 연결고리를 이어주고 있다.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는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이다. 5.18 광주시민 진압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이다. 공수부대를 투입하면서 군인들에게 북한 빨갱이를 가만두면 안 된다며 지독한 훈련 후 화려한 휴가를 광주로 보낸 것이다.



수 천명의 무고한 광주시민들이 저항하며 죽어간 비극을 다루었다. '택시드라이버' 또한 광주 5.18에 벌어지는 일들을 택시기사와 외국인 기자를 통해 보여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박정희가 서거되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장기 집권을 위해 무고한 학생과 시민들을 북한 폭도로 몰아 무자비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대학시절에 읽고 눈에 눈물이 떨어지며 울분을 참지 못한 적도 있다.


자신과 '하나회'의 정권 야욕을 위해 이렇게까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까지 몰아세웠다는 게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버금가는 일이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통해 영원한 독재자로 남고 싶은 욕망을 측근인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을 통해 비쳐준다. 그리고 결국 박정희는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쓰러진다.


이때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은 국가의 보안 감시의 정보들을 활용하고 육사 11기 경상도 출신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통해 쿠데타를 일으킨다. 독재자 박정희가 죽고 이제야 서울에도 봄이 오겠구나 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산산이 무너지는 순간이 12.12 쿠데타이다.


'하나회'는 육사 11기 경상도 동기들끼리 모인 군 사조직인데 '하나회'의 멤버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군대의 요직들을 사조직 '하나회'가 장악하고 있었다. '서울의 봄'을 보다 보면 육군참모총장,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헌병참 등 군 상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하나회의 지시에 따르는 장면들이 수없이 나온다.


사조직이 군대를 장악하다 보니 군에서 가장 중요한 명령체계가 불통이 되고 개인 사욕에 빠져있는 하나회의 결속력에 국가를 빼앗기게 된다. '서울의 봄' 영화를 보다 보면 전방 공수대를 끌어와 정권 찬탈에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에게는 국가보다 자신들의 사적 욕심을 채우는 게 가장 우선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결국 박정희 서거 후 '서울의 봄'은 사라지고 다시 서슬 퍼런 전두환의 독재의 만행이 진행된다. 당연히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은 그들에게  가시처럼 보였고 그것이 폭발한 게 광주였던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슬픔은 철저한 언론의 통제로 외부로 흘러나오지 못했고 독재시절 동안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대학생들은 그 당시 불법적으로 몰래몰래 흘러나온 영상들을 동아리 방에서 보면서 전두환 독재에 저항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1987년 서울대 박종철 열사가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받다가 사망한다. 이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며 학생과 국민들이 들고일어난다. 이런 과정 중에 연대 이한열 열사가 데모 중 진압 측의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며 사망한다.


결국 들불처럼 대학생과 시민들은 일어나고 1987.6.10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 결국 전두환은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며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내용을 다룬 영화가 '1987'이다.


이 슬픈 역사는 잊히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국가의 리더십과 군사력이 약해지며 일본에 침탈당하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나라 잃음에 슬퍼하며 자신의 몸까지 희생하며 죽어갔다.


하지만 독립이 된 후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며 독립운동가들은 슬프게 사라지고 친일세력은 기세등등 국가의 중요 요직들을 차지하며 세를 확대해 나갔다.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죄를 지금까지 묻고 처벌하지만 한국은 반민특위를 통한 친일세력을 척결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흘러오며 역사의 슬픈 과정을 반복했다.


일본군대에 혈서까지 쓰며 독립운동가를 잡던 박정희가 17년이라는 기간 동안 독재를 해 왔다. 박정희 밑에서 성장한 전두환이 '하나회' 사조직을 동원하여 쿠데타를 일으키고 7년 장기 독재 집권을 하게 된다.


 국가의 요직은 쿠데타를 일으킨 하나회의 일원들이 차지한다. 박정희 독재 기간 동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시민들, 전두환 독재시절 죽어간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이 민주화를 이루지만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이인자 노태우가 다시 정권을 집권한다. 정말 어이없고 슬픈 역사가 반복되었다.


그리고 김영삼정권이 들어서며 가장 먼저 한 작전이 '하나회 무너뜨리기 작전'이었다. 군 요직에서 하나회 출신들을 일거에 강등시키는 작전을 하며 군 사조직을 해체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12 쿠데타에 가담한 인물들과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들로 활약했던 인물들은 사회에서 떳떳이 살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저항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군인들과 시민들은 고통 속에 살아갔다.


[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이먼트, 뉴스핌]


국가가 독립이 된 후 친일세력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재력을 증대시키면서 살아갔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힘든 삶을 살아갔고 죽은 후에도 수모를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홍범도 장군을 두고 색깔론을 갖다 되며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아직도 친일세력과 쿠데타 후손들이 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지 개탄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영화이다. 하지만 우린 영화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할 수 있다. 우리의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의 리더들이 올바른 철학과 방향을 갖추지 않으면 슬픈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과연 우리의 리더들은 역사를 바르게 세우고 국가의 옳은 철학과 방향을 세워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 친일 행각과 색깔론만을 울부짖으며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는 리더들이 있다면 국민들은 늘 방심하면 안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바르지 못한 리더들을 골라내고 올바른 리더를 찾아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의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선거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중요한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자를 걸러내야 한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듯이 지금도 우리는 사리사욕에 빠져 있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뽑아 무능한 국가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그런 인물들이 다시는 국가의 일을 하도록 놔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 최선이 아니라면 최악은 면해야 한다.


지금 국가의 상황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 스스로 묻게 된다. 호랑이의 용맹함은 없고 고양이의 발톱정도의 국가의 격을 실추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보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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