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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Dec 27. 2023

50대 가장 혼자 살기_진짜친구

떨어져 있으면 더 깊게 알게 되는 사실들

싸울 때 함께 싸워주는 녀석도 친구. 싸움을 말리는 녀석도 친구. 말리는 척하면서 상대를 꼬집는 녀석도 친구. 싸우는 것도 말리는 것도 꼬집는 것도 곁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친구의 다른 말은 곁. 앞도 뒤도 아니고 곁. <사람사전 중_카피라이터 정철 지음>


일 때문에 지방에 살게 된 지 2개월이 되어간다. 많은 부분들이 적응되었고 혼자 살아가는 삶도 자아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되어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일을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먼저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잘해 나갈 수 있는 필수요소다.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업무 방향도 재정비하고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며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직원들과 만들어 간다.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달력을 보고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방에 내려오니 서울에서의 기존 생활방법과는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것은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이지만 기존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약속의 빈도가 달라지고 자주 보던 직원들과도 만남이 끊긴다는 것이다.


달라진 패턴이 주는 고마움은 진짜 친구들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일상 속에서 자주 보는 관계였지만 지방에 와서는 별 생각이 안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문뜩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은 친구들도 있다.


전혀 연락이 없다 갑자기 자신의 편의를 위해 전화를 하는 친구들을 단숨에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가 자신이 필요한 것이 생길 때 전화하는 사람들이다.


전화 내용도 어색하다. 어차피 자신이 얻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화이기 때문에 목적 달성 이후에는 연락도 없다. 이런 친구는 가짜 관계라는 게 절실히 느껴진다.


깊게 알고 지내며 가슴속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들은 자주 연락을 안 해도 그 마음들이 전달된다. 연락을 해도 그냥 안부를 묻지 목적의식을 갖고 연락하지는 않는다. 문뜩 서로가 궁금하고 혼자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지방에 혼자 살아가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진짜 친구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지인분이 사업장에 찾아오셨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서로의 감정을 깊게 교류하고 나누었던 분이시다.  그분은 나를 진심 궁금해하고 일하는 것에 피해를 주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시다. 일부러 멀리서 나를 보고자 찾아오신 거다. 그냥 감사할 따름이다.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가 반가워한다. 별 말도 없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같이 계속 가야 할 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진심이 서로에게 전달된다.


"업무적으로 바쁠 듯해서 좀 늦었어요. 찾아 온다고 매번 생각했는데 당연히 새로운 곳에 적응하실 듯 해서 지금이야 찾아왔네요. 일 보실거 보시고요. 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차나 한잔 같이 마시면 충분해요"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듯해서 일부러 와야 할 시간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진짜 친구들은 언제 와도 반갑다. 별 이야기 안 해도 편안하다. 꾸밈없이 그들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줘도 된다. 그리고 그들은 오히려 내가 신경 쓰는 것에 미안해한다.


먼저 자신 스스로가 상대를 먼저 생각해 준다. 그냥 고맙고 그 마음이 나의 가슴에 전달된다. 그런 분들에게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더 챙겨주고 싶어 진다.


가짜 친구들은 그런 것은 고민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냥 와서는 자신에게 혜택이 되는 것들을 얻고 싶어 안달한다. 전화 상에도 안부는 그냥 던지는 말이고 안부 속에 숨어 있는 목적을 전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면서 진짜 친구들과는 더 깊어지고 명확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굳이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 사람들을 다 같이 갈 수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들만 같이 가도 감사한 것이다. 의미 없는 만남은 줄여나가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 같이 가도 행복한 것이다.


신경 쓰고 싶은 분들에게 신경 써야 하는데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까지 신경 쓰면 신경 써야 할 분들까지 신경 쓰지 못한다.


그러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진짜 친구들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시간과 자원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잘해 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시간이 진짜친구들을 더 명확히 할 수 있어 좋다.



원거리에서 일부러 찾아오신 분과는 가정사와 속마음도 다 말할 수 있는 관계였고 지금도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하는 관계이다. 그 관계는 목적의식이 아닌 기본적 신뢰와 진정성이 깔려 있어 단단하다.


 단단함이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일로서 만났지만 인간적으로 서로를 좋아하게 된 관계이다. 일을 하면서도 서로에게는 진지했고 진정성으로 서로를 아꼈다. 그런 시간의 누적이 지금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진짜 관계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시간의 퇴적이 쌓이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모여 서로를 감싸는 신뢰가 형성될 때 가능한 것이다.


신뢰는 흠모와 보은처럼 느리게 찾아온다. 흠모보다는 좀 더 느리며, 보은보다는 좀 더 빠르다. 또한, 흠모보다는 안정된 상태이지만, 보은보다는 불안정한 상태다. '실망'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마음 상태를 몇 번 거치며 거듭날수록, 불에 달궈진 연장처럼 단단해진다. 대개의 다른 호감들이 추상적이고 희미한 상태에서 진행되어 초점이 잡히고 구체적이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면, 신뢰는 그것을 역행한다. 구체적인 이유들이 점철된 후에야 비로소 막연하고 추상적인 신뢰를 낳는다. 그 순서를 밟은 한, 신뢰는 최적의 강도를 갖게 되고 알맞은 온도와 거리를 찾아 뿌리를 내린다. <마음사전 중_김소연 저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하루의 에너지가 달라진다.


진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은 에너지를 얻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집중해야 할 친구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싶다. 혼자 살아가면서 진짜의 가치를 더 깊게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친구는 보는 것의 빈도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친구는 서로를 감싸주고 이해해 주려는 포용력에서 차이를 갖는다. 서로의 포용력이 겹치고 넓어질 때 그들은 진짜 친구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포용력의 깊이는 커져만 간다.


진짜 친구들이 당신 곁에 얼마나 있는지가 나이 들어감에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줄 것이다. 가짜는 가짜로서 대해주고 시간을 아껴서 진짜를 소중히 여기며 그들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응원하라. 그것이 당신이 진짜가 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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