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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Feb 25. 2024

인생은 컬러사진에서 흑백사진으로[혼자사는 일상 ]

흑백의 담백함에 낭만을 느끼다.

휴대폰이 손에 쥐어지면서 사진 찍기가 편해졌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도 모르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같은 풍경을 흑백과 컬러로 찍으며 느낌을 비교하는 습관이다.  사진은 삶의 무늬를 담아내고 기억을 되살리고 감정을 전달한다.


고요한 시간 속에 바라보는 흑백사진은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담긴 화폭에서 흰 과 검의 두 가지 색이 서로의 울림을 만들어내며 추억의 문을 열어주는 듯 한다.


흑백은 고요함 속에 매혹의 미학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다. 현란한 컬러의 사진보다는 더욱 심플하게 말없이 조용히  두 색의 조화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흑백사진은 본연의 색을 포기하지 않은 채 흰 과 검은의 대비로 감성의 화음을 연주한다. 그리고 그 대비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감동을 찾아낸다. 묘한 매력이 숨죽이며 피어나는 흑백사진은 삶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듯하다.


도시의 현란한 색채와는 달리 흑백은 마치 자연의 음악처럼 조용하게 귀에 울린다. 과거의 나의 시간을 건너 고요한 추억의 정원에 우리를 안내하는 것과 같다.


나는 늘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동일한 장면을 흑백과 컬러로 동시에 찍는 순간, 왜 흑백사진에 담긴 감성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형태가 명확하지 않아 눈이 더욱 집중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흑백의 질감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흑백의 세계에서는 색채의 화려함이 부재함으로써 우리는 순수한 형태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순수함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어우러져 새로운 감성을 체험한다.



색채의 도시적인 환상과는 달리 흑백은 마치 자연의 음률을 연주하며 음악적인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각 사진은 마치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처럼 느껴진다. 고요한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도 같다.


 반면 컬러사진은 화려한 도시의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률의 현대 음악처럼 들린다. 그 색채는 환상적인 도시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장식한다.


흑백과 컬러, 각각의 매력은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조화로운 색채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흑백은 고요함에서 드러나는  은은한 삶과 어두운 삶의 순간들 속에서  간소하고 부족한 삶의 아픔을 달래주는 추억이 된다.


컬러사진이 전달하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우리의 일상을 환하게 물들이고 언젠가는 꺼질 것 같은 화려함을 내뿜는다. 삶의 화려한 질감으로 우리가 간직한 어두운 곳을 덮어 버리며 자신의 색감들을 뽐낸다.


흑백과 컬러사진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으면


 흑백사진혼자서 고요한 미술관을 거닐며 작품 하나하나에 매료되어 과거의 여정에 취하게 된다. 물감이 아닌 빛과 그림자로만 이루어진 그 작품들은 우리의 내면을 어루만지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한편, 컬러사진은 도심의 풍경을 담은 큰 화면처럼 화려한 색채가 플레이되는 현대 도시의 광고판처럼 생동감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각색의 감정들이 물결치듯 흘러가는 그곳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성이 만나는 공간이  되어주나는 두 세계를 오가며 각각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고 걸어간다.


흑백사진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기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들이 나를 감싸며 추억의 강을 건너 지나간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컬러사진은 우리에게 현재를 이야기한다. 현재라는 시간에 현실의 삶을 즐기라 말한다. 그 속에 현대적인 도시의 소음과 화려함이 묻어나지만 그 무게 속에서도 각자의 색들이 빛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두 가지 조화로운 색채, 그 미묘한 균형 속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흑백과 컬러, 각각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나의 감성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해 주고 이 두 가지의 매력 속에서 나는 인생의 큰 그림 속에서 작은 순간들을 즐겨나간다.



흑백과 컬러, 그 두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들이 어우러져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그런 풍요로움이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들이, 그래도 나에게 컬러의 화려함보다 흑백의 순수함으로 남겨져 있기를 바란다. 살아 있는 인생의 순간들에 작은 추억들의 흑백 점들로 물들여지기를 바란다.


흑백의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컬러가 주는 복잡함보다 '본질적이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자연'처럼 청순하게 다가온다.


오늘 나는, 흑백의 사진에 내 가슴속 이야기를 담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젠 컬러사진에서 흑백사진이 되어가는 나이가 되어 '흑백의 미'를 더 깊게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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